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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분주 Feb 08. 2023

영어공부 포기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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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몇 편을 외국 생활하면서 어떻게 영어가 늘었는지 (제목은 그러했지만 사실상 외국 노예생활에 대한 글)에 대해 적었지만, 영어는 문법 생각하지 않고 들리는 대로 알아듣고, 아는 만큼 당당하게 말하면 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영어는 나의 모국어가 아니기에 모르는 게 당연하고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내가 기꺼이 시간투자하여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거니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다 생각한다.  


이런 뻔뻔한 나에게도 여러 번 큰 장벽에 부딪쳐 개망신을 당한 적이 있으니 그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가장 유명한 일화로, 호주에서 친구들과 자동차여행을 했을 때다. 시골길을 달리고 있는데 잘못하다가 논두렁에 바퀴가 빠지고 말았다. 차에서 내려 다 같이 밀어봐도 바퀴만 헛돌 뿐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나랑 친구 한 명이 도움을 청하러 20분 남짓 무작정 걸어갔고, 다행히 작은 마을이 나왔다. 인심 좋게 생긴 호주 할아버지 몇 분이 계셔 너네 자동차로 우리 자동차 좀 살려달라고 아는 단어를 총 동원해 열심히 설명했다.


대충 눈치챈 한분이 알겠다고 자동차키를 가지러 갔고, 나는 밧줄로 끌어주면 될 것 같다고 호기롭게 로프를 챙겨가자고 했는데, 내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왓 왓 거리셨다. 계속 고장 난 기계처럼 로프, 롭프, 로오오오오프 롭p 라고 말하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자기들끼리 저 외노자는 뭔 말이 하고 싶은거얌 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에 굴하지 않고 나는 계속 알아들을 때까지 로프 로프 로프!!!!! 하다가 나도 열받아서 피플 원트 투 다이, 디즈 어라운드  (사람들이 죽고 싶습니다. 이것을 목에 감쌉니다)라 말하고 목매다는 시늉을 하며 실감 나는 사운드를 곁들여 켁켁 아엠 다이 뮤지컬 클라이맥스 한 장면을 보여주고 나니 그제야 할배 3명이 동시에 오오오오오오오 로r우프! (참고로 밧줄 rope, 혀를 힘껏 말아 올려 로r우프로 발음해야 함)을 외치며 창고에서 밧줄을 주섬주섬 꺼내오셨다. 우리는 할아버지 차를 얻어 타고 돌아가 30분에 걸친 작업을 하고 나서야 논두렁을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나 쫌 영어 잘하는 듯?


두 번째 에피소드는 프랑스에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파리의 아름다움에 젖어 혼자 길을 걷다가 아담하고 예쁜 커피숍을 발견했다. 커피 한잔 땡기면 좋을 것 같아 들어가서 까페라떼 플리즈를 말했는데 한 직원이 알아듣지 못해 익스큐즈미를 하더라 그래서 한번 더 혀를 꼬아서 까페롸떼 플리즈를 말하니 갑자기 다른 직원을 데리고 왔다.


그래서 또 까페롸떼 플리즈를 말했고 둘이서 불어로 이야기하더니 못 알아들었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러자 다른 직원이 또 와서 자기들끼리 퍼즐 맞추듯 웅성웅성. 무슨 내가 프랑스 위인 이름이나 발음하기 어려운 원소 이름을 말한 것도 아니고 고작 까페라떼 한 단어 말했는데도 직원이 3명이나 달라붙어서 쏘리쏘리 해쌌니 미칠 노릇이었다.


오기가 생겨 까!페!!떼! 까빼! 라떼! 까빼롸떼에엥ㅔㅔㅇ!!!!!!!!!! 


나문희의 호박고구마! 호박!고구마!호구마!!!! 처럼 한 단어씩 또박또박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난 모르겠다 이년아 제발 이 가게에서 나가의 눈빛으로 나를 3명이 동시에 쳐다봤다. 메뉴판도 벽에 붙어있고 까페라떼를 몸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 결국 워터 플리즈로 바꾸고 에펠탑을 바라보며 프랑스산 깡생수를 들이마셨다 허허. * Café Latte는 까페라떼가 아니라 '카아 fㅔ이 라테이-'로 발음해야 알아듣는다.  


이번 에피소드는 내가 정말 영어를 아주 못했던 시절, 필리핀으로 처음 어학연수를  갔을 때 이야기다.

필리핀 어학원에서는 하루 1시간 그룹수업이 있었는데 비슷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전부 영어를 못했다. 신생아처럼 옹알이를 해도 우리끼리는 뜻이 통했고 혹여나 누군가가 어려운 단어를 말하면 미니언들처럼 오오오오 리액션을 보이며 우리들만의 세상에서 즐거워했다.


우리들은 very와 you know가 없으면 말을 못 했고 필리핀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우리들끼리 추론을 할 정도로 실력이 낮았다 (난 아냐) 어느 날 선생님이 필리핀에서 유명하다는 과자를 몇 봉지 사 와서 조촐한 간식파티를 했고 선생님이 과자에 대한 생각을 영어로 말해보자 미션을 던졌다.


유노, 디스 이즈 베리 야미 (yummy)를 6명 중 5명이 도돌이표 노래처럼 똑같이 말했고, 나는 조금 특별하고 싶은 마음에 '이 과자들은 굉장히 짜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짜다는 단어가 뭘까, 다른 사람들이 말할 때 머릿속으로 계속 고민을 했고, 알 것 같은데 그 뭐지.... 알고 있는 거 같은데.... 가물가물한 그 단어 한 개가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다가 내 차례가 되어서 나도 모르게 ' 유노, 디스 이즈 베리 나트륨'이라고 했다.

그 당시 우리들 모두 그게 틀린 지도 맞는지도 모르고, 그냥 그게 멋있어 보였는지 사람들이 오오오오오오 를 외쳐주니

나도 한껏 어깨가 올라가 버렸다. 잉글리시 이즈 베리 이지 헤헤헷 * 짜다는 단어는 Salty입니다.


단기간에 영어실력이 확 느는 방법은 없다. 그냥 부딪쳐 보고 입 밖으로 뱉어보고 상대방에게 무시를 당해봐야 서서히 는다. 누군가가 말했다. 언어는 절대 가파른 선처럼 쭉 한 번에 느는 게 아니고 계단식으로 천천히 올랐다가 한동안 정체기가 오고 그 순간을 잘 넘기면 또 실력이 올라있을 거라고. 그렇게 난 매번 고비를 잘 넘겼고 즐겼으며 꾸준히 배워갔다. 그래서 결국은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고 돈도 꽤 잘벌게되었다. 뭐 영어뿐이겠는가. 뭐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상에 도착해있을것이라 굳게 미는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매일 글을 쓴다 언젠가 도달할 정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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