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174

교육

by 모래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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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는 거의 60여일 일찍 세상에 나왔다.

엄마 배에서 거꾸로 자리잡고 있어 일찍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팔삭둥이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앉는다든가 걷는 등의 육체적 활동 이외의 면에서

솔이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조금씩 늦었다.


말도 늦었다.

인지능력도 늦었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아 우리를 걱정시켰다.

대소변 가리는 일도 늦었다.

분유도 늦게까지 먹었고

표현도 늦었다.

소통도 늦었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한번도 솔이를 나무란 적이 없다.

왜 다른 아이들처럼 빨리 말을 하지 못하느냐고,

왜 빨리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냐고

왜 빨리 소통이 되지 않느냐고

큰 소리 한 번 낸 적 없다.

왜 늦냐고 혼내지 않았다.


우리의 말은 늘 한결 같았다.

"괜찮아......괜찮아......괜찮아."


솔이는 특히 잠이 없었다.

자정을 넘기는 것은 보통이고

1시 2시를 넘기는 적도 많았다.

그래도 우리는 잠이 들 때까지 나무라지 않고 기다렸다.

그야말로 인위적인 교육 없이 방목한 셈이었다.


그리고 이제,

조금, 아주 조금 더 기다린 결과,

솔이는 또래 아이들과 비슷하게 되었다.

언어도 행동도 소통도 표현도.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한 가지 느끼는 것은

조금만 시간 여유를 가지면 결국 아이들은 부모의 뜻에 따라 잘 순응한다는 것이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해도

그냥 인정하고 조금 기다리면 잠시 후 솔이는 제 스스로 유치원에 가겠다고 말했다.

차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겠다고 괜히 투정을 부리다가도 잠시만 기다려주면 '안전벨트 맬거야.' 하며 먼저 말했다.


어른들의 시간관념으로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으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어른들의 시간과 조화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아이들과 무슨 일을 할 때는 좀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시작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솔이는 잠깐 동안 거부하다가 제 스스로 규칙이나 약속들을 지켜나갔다.


이제 솔이는 '아빠, 말하고 싶었어?'라며 소망의 언어를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아빠, 이것은 엄마가 세수하는 소린가봐.'라며 추측의 언어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옛날에 엄마양하고 아기양들이 살고 있었는데 늑대가 아기양들을 잡아 먹었어요. 그때......"라며 서사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솔이가 더 성장하는 동안에도

이렇게 기다려주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그게 끝까지 잘 될지는 미지수다.


그건 결국 솔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믿음과 인내에 달린 문제이다.




사족.


엊그제 우리는 잠자지 않고 자꾸 놀려고만 하는 솔이에게 처음으로 목소린톤을 바꾸어 '이제는 잘 시간이야'라고 말했다.

다소 엄하고 다소 화난 목소리로.


그 후로 솔이는 '이제 잘 시간이야.'라고 말하면 전처럼 거부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전처럼 전깃불을 끄지 말라고 소리지르지도 않고

또 전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잠이 든다.

(예전에는 잠자리에 든 이후에도 최소 1시간이 지나야 잠이 들었다)


그래서 또 하나 깨닫게 된 것은

모든 것을 무조건 아이들 하자는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솔이에게 '이제는 잘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저도 늦게 잠이 들어 힘들었고, 우리도 힘들었다.


이런 게 교육이라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일이었다.

어떤 의도에 따라 아이를 가르치는 일,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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