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설

변기에 앉아 있는데
솔이가 다가오더니
내 앞에 쪼그려 앉아
"아이구, 힘들지? 내가 손 잡아줄까?"
한다.
제가 응아를 할 때
저한테 하던 행동과 말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요즘 변비로 고생하는 솔이는
힘들게 응아를 할 때마다
주문이라도 외우듯 많은 말을 쏟아낸다.
"괜찮지이? 이렇게 하면 되지? 말하지 마...움직이지 마...조금만 말해에...응아 안하면 엑스지? 응아 하면 똥그라지? 괜찮지? 이렇게 하면 되지이? ... 천천히 하는거지?..."
나를 모방하는 말이지만
나를 걱정해주는 말에 나는 훅 감동한다.
솔이는 요즘 타인의 아픔에 많이 공감한다.
머리 아프다고 하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허리 아프다고 하면 허리를 주물러준다.
어깨 아프다고 하면 어깨를 주물러주고
종아리가 아프다고 하면 종아리를 밟아준다.
내 몸에 평소와 다른 멍자국 같은 것이 있으면 찬찬히 들여다보며 '아이구, 아프겠네...' 한다.
인간은 착하게 태어나는 게 분명하다.
적어도 선함의 잠재력은 갖고 태어나는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