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솔이의 성화에 못이겨 대형마트에서 장난감 뽑기를 했다.
2500원을 투자한 것에 비해 너무 보잘 것 없는 피카추 인형이 하나 나왔다.
그런데 장난감 인형을 손에 쥐고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던 솔이가 그만 인형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통통통,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굴러가는 피카추 인형.
솔이는 비명을 지르고
주변 다른 사람들은 통통 소리에 놀라 우리를 쳐다보았다.
한 아줌마가 웃으며 인형을 주워 솔이에게 갖다줬다.
인형을 받아든 솔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칭얼거림이 섞인 작은 목소리로 '안아줘.' 한다.
뭔가 자신의 실수로 인해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던걸까.
그랬다.
실수했을 때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건 포옹과 같은 위로였다.
나무라지 않아도 본인은 충분히 실수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었다.
솔이와 함께 약국에 갔다.
아이들을 유혹하는 작은 캐릭터들,
비타민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캐릭터들을 팔아먹기 위한 상술이 눈에 띄는 인형들.
솔이가 나에게 속삭인다.
'아빠, 이...ㄴ형'
뭐가 꺼려졌는지 '인형 사주세요'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몇 자례 '아빠, 이인형...' 한다.
나와 솔이는 인형을 구입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 없이 시간을 흘려 보냈다.
그런 종류의 인형이 집에 너무 많고
또 아이들을 노리는 그런 상술이 싫어 나는 '어...어...'하다가 그냥 약국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나를 잡아끄는 솔이의 손힘이 제법 거세다.
나는 '엄마한테 물어보고 사자아...'라고 둘러대면서 솔이를 달랬다.
다행히 솔이의 손힘이 스르르 풀렸다.
솔이는 어떤 욕망을 위해 크게 떼를 쓰는 편은 아니다.
약국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오는데 솔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안아줘, 안아줘어잉.'
나는 얼른 솔이를 안아준다.
그랬다.
누군가의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때 필요한 것은 따뜻한 포옹이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시간,
솔이가 잠에 취한 얼굴로 버스에서 내린다.
아마도 버스에서 잠이 든 모양이다
솔이는 내 품에 안기며 말한다.
'안아줘...'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졸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포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