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매일 저녁 알약을 간다.
아직 알약을 먹지 못하는 솔이를 위해서다.
솔이는 알러지약을 거의 매일 복용하고 있다.
매일 약을 갈다보니 조금 귀찮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어제 문득,
알약을 빻고 있는데
환영처럼 내 입으로 다가오는 하얀 가루약에 덜컹 두려움이 앞섰다.
쓰고 역겨웠던
숟가락 가득 쌓여있던 하얀 가루약.
나는 몇 번쯤 약을 뱉어내며 곤혹스런 시간들을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랬다.
어릴 적,
어머니가 숟가락에 가루약을 담아 내 입에 넣었던 뜻은
내가 알약을 먹지 못해서였던 것이다.
어머니도 알약을 먹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
매일 저녁 알약을 갈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