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엊그제 인근 도시에 다녀오는 길,
변진섭의 '너무 늦었잖아요'에 조금 시큰둥해진 솔이에게 새 노래를 들려주기로 했다.
조영남이 부른 '만남'이었다.
사실 매일같이 들어야 하는 변진섭의 그 노래가 나도 좀 지겨웠다.
"솔아, 이건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인데 한 번 들어볼래?"
"그래!"
노래가 끝난 뒤, 내가 솔에게 물었다.
"솔아, 노래 어때?"
"응, 좋은데."
솔이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그날은 변집섭의 노래 대신 조영남의 '만남'을 실컷 들을 수 있었다.
솔이는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라며 조영남의 노래를 자꾸 틀으라고 주문했다.
얼마 후, 내가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마지막에 '솔이를 사랑해!'라고 바꿔 부르자
솔이가 정색을 하며 나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나를 사랑해?'
그래서 내가 말했다.
"갑자기가 뭐야아, 솔아. 아빠는 솔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솔이를 사랑했어."
그러자 솔이가
"아니, 아빠 말고, 쟤, 쟤."
하며 손가락으로 오디오를 가리킨다.
요컨대 조영남이 왜 자신을 갑자기 사랑하냐는 것이다.
돌아오는 동안,
솔이는 여러 번 '왜 갑자기 나를 사랑하지?' 하며 중얼거렸다.
'만남'의 끝 소절, '너를 사랑해.'를 들으면서.
이튿날,
차를 세우고 잠시 마트에 들렀다가 차에 타니 솔이가 말한다.
"아빠, 이 노래 많이 들어라고 내가 2번 눌렀어."
2번이란 Repeat(되풀이) 기능을 가리키는 것이다.
아, 이제야 변진섭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이제 얼마동안은 조영남 노래를 지겹도록 듣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