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224

인간의 사랑

by 모래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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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가 잠 들 때면 나는 어떻게든 솔이와 스킨십을 하려고 노력한다.

잠이 든다는 것은 솔이에게 아직은 낯설고 두려운 일일 것만 같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어주고 싶다.


어젠 잠자리에 누운 솔이의 손을 잡고 있는데 솔이가 조용히 말한다.

"아빠, 이제 손 잡지 않아도 돼요."

"으음, 그래. 나는 솔이가 좋아서 손을 잡고 있었어. 돌아누우려고 하는구나. 그래, 그렇게 해."

말이 끝나자 마자 솔이는 반대편으로 돌아눕는다.


사실 잠자리에 들 때 솔이의 손을 꽉 잡은 적은 없다.

언제든지 놓을 수 있도록 살짝 잡거나 아니면 내 손안에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넓게 자리를 마련한다.

솔이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고, 언제든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말이다.

어쩔 때는 솔이의 손 근처에 그냥 내 손을 갖다놓을 때도 있다.

솔이에게 내 손에 대한 주도권을 주는 것이다.


되돌아 보면,

나는 사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꽉 잡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언제든지 사랑하는 이가 나의 손을 놓을 수 있도록 느슨하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자유를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철학자 김형석은 '사랑과 자유의 변증법'이라는 수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신은 인간을 사랑했다. 그래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준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을 떠날 자유까지 준 것이다."


사랑은 상대의 자유를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나에게 이별을 고할 자유까지도.


하지만 인간에게 그런 사랑이 가당키나 한가.

그래서 신도 인간들에게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


살아오면서

사랑하는 이의 손이 자유롭게 하기 위해

넓은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었지만, 그녀의 손은 내 손에 머물지 않았던 적이 많다.


사랑하는 이의 자유? 나를 버리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자유?

그건 인간의 사랑이 아니다.


https://youtu.be/gv-EEaWo6Sk

솔이가 서사를 말하기 시작했다.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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