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287

간판

by 모래바다


식빵을 사러 갔다.

빵집에서 식빵을 골라 값을 치르고 나오려는데 솔이가 소리쳤다.

"어, 아이스캔디, 아이스캔디!"

아이스캔디? 아이스크림이 아니고?

나는 처음 듣는 용어여서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 혹시 아이스캔디라는 게 있나요?"

주인은 '그런 건 없는데요.'라고 대꾸했다.


그때 구석으로 달려간 솔이가 '여기 있다!' 소리쳤다.

그곳에 가 보니, 정말 아이스캔디라는 것이 있었다.


아이스캔디를 쥐고 나오는 솔이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아이스캔디라는 것을 보았어? 유치원에서 먹어본 적 있어?"


그러자 솔이 대꾸한다.

"아니, 아까 들어오는데 유리창에 써 있었어!"

뒤돌아 보니 정말 유리창에 '아이스캔디'라고 쓰여 있었다.


아이들은 세상을 꼼꼼하게 본다.

텍스트와 실제를 동일하게 믿는다.

나는 빵집에 들어가면서 '뚜레주르'라는 간판만 보았다.

자질구레한 글씨들이 주는 형식적인 홍보에 나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냥 빵집에 가면 식빵이 있으리라는 생각밖에.


어쩌면 나는 뚜레주르라는 간판조차 읽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냥 그곳에, 그것이 있다는 경험이나 관념만을 가지고 빵집의 문을 열었는지도 모른다.







20180721_170641.jpg?type=w2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솔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