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봐!
요즘 솔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거봐'라는 감탄사이다. 사전에 '거봐'는 어떤 일이 자신의 말대로 되었음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예를 들면, '거봐, 내가 옷 따뜻하게 입으라고 했지?' 같은 문장에서 쓰인다. 이 감탄사는 내가 옳았다는 의미와, 나의 옳음에 동의하지 않은 상대의 잘못을 나무라는 의미까지를 포함한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도 솔이는 이 말이 나올만한 상황이 되면 제가 먼저 '거봐라고 하지 마'라며 선수를 치곤 했다.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지금은 더욱 발작적으로 그 감탄사를 거부한다. 사실 나는 '거봐'라는 감탄사를 솔이에게 사용한 기억이 없는데... 솔이의 그런 반응을 보면서 자신의 옳음을 도구로 상대를 나무라는 일이 아주 불쾌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다지 인지능력이 높지 않은 어린 아이가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말이라니!
며칠 전엔 이런 말도 했다.
- 숙제를 해 가지 않으면 선생님이 '잘 한다! 잘 한다!'라고 말해. 있잖아. 그런 말 '자알 한다!' 들으면 팔에 소름이 돋는 말.
아마도 선생님의 반어irony를 표현하는 말인 듯 하다. 아이들이 언어의 습성을 배워가는 과정이 재밌기도 하다.
건빵으로 표현한 우리집 : 솔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