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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336

외모

by 모래바다


솔이는 외모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아이였다. 옷도 신발도 머리 스타일도 그냥 엄마가 해주는대로 군말 없이 따랐다. 어떤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특정 머리 스타일이나 옷, 신발을 고집한다는데, 솔이는 그러지 않았다. 약간 걱정될 정도?


그러던 솔이가 며칠 전부터 앞머리를 내리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 자기 반이나 이웃반 아이들 대부분이 머리를 앞으로 내리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정확한 통계도 없이 어떤 것을 쉽게 일반화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모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는 솔이의 말을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오늘, 제자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갔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대로 앞머리카락을 잘랐다. 제자는 정성을 기울여 고데기로 앞머리에 컬을 넣어주었다. 솔이는 자신의 변화된 모습이 어색했는지 '처음에는 어색할 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예뻐질 거'라며 자신과 우리를 안심시켰다.


날씨가 좋아 내장산 인근의 조각공원과 워터파크를 들러오는 동안 솔이는 계속 앞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바람만 조금 불어도 자기 머리 괜찮냐고 물었다. 자기가 원래도 연예인 같은데 이제 정말 연예인 같다나 뭐라나. 그리고 '의외로 머리가 잘 어울리지 않냐'는 말을 수없이 내뱉었다. 집에 다다랐을 무렵, 그때까지도 약간 들떠 있던 솔이가 결정적인 한 마디를 했다.


'이제 남자들을 끌어 당길 수 있겠네!'


허걱. 사실은 이 말이 솔이가 숨겨놓았던 가장 최후의 말이 아니었을까. 드디어 솔이에게도 이성을 끌어당기려는 우주적 혼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인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 그 지난한 고난의 길에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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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 학교에서 만든 소원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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