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이런 게 성장이라는 걸까. 요즘 솔이는 예전에 하지 않던 요구를 자주 한다.
- 저도 용돈을 주세요. 문구점에서 뭐 좀 사먹게요. 친구들이 다 사먹는단 말이에요.
학교 앞 문구점에서는 문구류 뿐만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과자나 사탕 등을 판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그게 맛 있어 보이나보다.
- 아빠 저도 심부름하고 싶어요. 그런데 성암마트는 너무 멀어서 아직은 안될 것 같아요. 아직은 길을 모르니까요. 하지만 2학년이 되면 내가 마트에 가서 심부름을 할거예요.
아마도 심부름 같은 걸 통해서 자신의 성장을 확인해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자기가 혼자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솔이와 함께 편의점 앞으로 갔다. 나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솔이가 혼자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솔이는 미션으로 물을 사오겠다고 했다. 나는 천 원짜리 한 장을 주었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망설임 없이 편의점으로 들어간 솔이가 삼다수 500ml짜리 두 병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나에게 50원짜리 동전 하나를 돌려주었다. 나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두 병을 샀는데 50원을 돌려주었다는 것은 뭔가 계산이 맞지 않았다.
- 어떻게 50원이 남았어? 한 병에 얼만데...계산이 맞지 않는데...
그러자 솔이가 볼멘 소리로 대꾸했다.
- 이거 원 플러스 원이야. 한 병 샀더니 한 병 더 가지고 오래..
- 어, 그래?
솔이의 설명에도 뭔가 꺼림칙하여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점원에게 물었다.
- 삼다수 한 병에 얼마예요?
- 아, 이거요. 950원이에요. 원 플러스 원이라 두 병 준 거예요.
- 아, 네...
요즘들어 50원이 붙은 가격을 본 적이 별로 없어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물의 가격이 950원이었던 것이다. 비로소 모든 것이 명료해졌다.
- 잘했어. 솔아. 솔이가 맞게 잘 사왔네. 잘 했어.
내가 멋쩍게 이야기하자 솔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큰 소리로 외친다.
- 미션 성공!!
솔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서 돈을 치르고 물건을 사는 순간이었다. 돈 주고 물건을 사는 일이 이렇게 가슴 벅찬 일인었던가... 나는 오랜 동안 잊고 살았던 일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었다. 순간 순간의 커다란 용기와 결심과 결단과 선택이 우리를 성장시켰던 것이다.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