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338

재능

by 모래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가. 아닌가. 솔이는 학원을 전전하고 있다. 처음에 피아노 학원과 미술학원에 보냈다. 순전히 본인의 의사였다. 다행히 두 학원은 이마를 맞대고 있어 함께 보내기에 수월했다.


피아노 학원을 먼저 그만 두었다. 강제로 피아노를 치게 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피아노 대회 연습을 시키겠다고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온 즈음이었다. 발레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얼마 지나더니 몸이 힘들다며 조금만 쉬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미술학원도 색칠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해서 좀 쉬라고 했다. 그런데 색칠하기가 싫다면서도 미술학원에는 놀러가고 싶어했다. 아마도 친구들이나 놀거리가 있어서 그런가 보았다. 그럼 색칠하지 말고 놀다 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주 즐겁게 미술학원에 다녔다. 그리고 매일같이 무언가를 하나씩 만들어왔다. 나는 생각했다. 솔이가 그리기보다 만들기를 좋아하나 보다.


학원에서 뭘 배우라고 보냈던 건 아니었다. 그냥 그곳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오기를 바랐다. 아이들이 얼마나 천부적인 능력이 있어서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학원, 발레학원에 커다란 열정을 보이겠는가.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솔이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그래도 솔이가 그림이나 피아노, 발레 이런 것들에 특별한 재능은 없나보다, 조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천재적인 예술가들을 보면 아주 어릴 때부터 전조증상을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오늘, 현장체험학습에 다녀온 솔이가 우연히 제 엄마의 흰머리를 뽑게 되었다. 제 엄마가 소파 아래에 앉아 있는데 소파 위에 앉아있던 솔이가 자연스럽게 엄마의 흰머리를 뽑게 된 것이다. 그리고...... 솔이는 짧은 시간에 무려 40개의 흰머리를 뽑아내었다. 제 엄마도 나도 적잖이 놀랐다. 머리카락도 얇고 손에 잘 잡히지도 않아서 나는 늘 한 두개도 뽑지 못하고 포기했던 일이었다. 나는 솔이를 많이 칭찬해 주었다. 제 엄마도 간지럽던 머리가 너무 시원하다며 계속 칭찬해 주었다. 솔이는 조잘거리며 즐거워했다.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다면서. 하지만 쪽집게도 없이 흰머리카락을 뽑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았기에 우리는 그 정도에서 머리뽑기를 멈추게 하였다. 몇 번의 제지 후에야 솔이는 그 일을 멈추었다.


그런데 저녁밥을 먹고 난 뒤, 우리의 칭찬에 고무되었는지 솔이가 또 엄마의 흰머리카락을 뽑겠다고 나섰다. 아무리 말려도 솔이는 힘들지 않다며 계속 흰 머리카락을 뽑았다. 자꾸 고집할까봐 20개, 30개 미리 목표를 정해두었지만 솔이의 머리뽑기는 자꾸 연장되었다. 결국, 모두 합해 120여개의 흰 머리카락을 뽑고 나서야 그 일은 멈추었다. 거의 반강제로 멈추게 하였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그 동안 제 이모들이나 사촌 언니가 해내지 못한 경지를 솔이가 해낸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혼자 생각했다. 드디어 솔이에게 재능이 나타났다! 적어도 집중력, 끈기력 그리고 손가락의 재주가 증명된 셈이다. 나중에는 일타이피, 일타삼피, 심지어 일타사피까지 해낼 정도였으니까. 솔이가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뚜렷한 재능을 확인한 날이다. 즐거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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