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군산에 다녀오는 길,
군산엔 강풍주의보가 발령되었다.
비가 흩날리는 저녁 어스름이었다. 바람은 어둠을 흔들고 빗방울은 어둠 속에 나부꼈다.
휴대폰을 보던 솔이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 아, 할머니 보고 싶어......
- 금방 할머니 보고 왔는데 또 할머니 보고 싶어?
- 아니, 그 할머니 말고 무덤에 있는 할머니...
갑자기 훅 코끝이 찡하다.
- 할머니도 내가 보고 싶지 않을까?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할머니도 내가 그리울까? 아, 할머니 보고 싶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솔이가 채 세 살이 되기 전이었다.
요양원에 있던 할머니를 솔이는 거부하지 않았다. 죽음의 냄새가 가득차고 환복을 입은 늙은이들이 포진해 있는 낯선 환경이었지만 솔이는 할머니에게 곧잘 안겼다. 우리는 정말 핏줄이라는 게 있는가보다라며 수군거렸다.
할머니는 솔이를 잘 안지도 못하셨다. 작은 손을 하염없이 매만지고 그윽한 눈길을 오래오래 건낼 뿐이었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그게 솔이와 할머니의 공통된 경험의 전부인데.
혹 몇 번 따라나섰던 할머니의 무덤에 대한 어떤 기억이 떠오른 걸까.
솔이의 그 말로 인해
정작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빠져든 것은 바로 나다.
늘 그랬듯이
먹고 산다고 허둥대며 엄마 생각도 많이 하지 못했다.
어두운 바람에 서러움 몇 방울 날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