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며칠 전 마술쇼에 다녀왔다. 시립민속박물관에서 주최하는 소박한 마술쇼이었다. 규모도 작고 소품도 적었지만 마술이 주는 즐거움과 환상은 그대로였다. 크기가 다른 끈들이 똑같아지고 묶였던 끈이 스스르 풀어졌다. 풀렸던 끈이 다시 묶였다. 작은 파이프에서 커다란 꽃다발이 튀어나오고 손 끝에서 끊임 없이 만들어지는 카드들, 막대기들, 막대기가 비둘기가 되고 비둘기가 다시 막대기가 되고......
마술을 보다보니 어느 순간 코끝이 찡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요즘 눈물이 많아져 갱년기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의 눈물은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닌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아직 어린 마술사가 먹고 살기 위해 고생이 많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만으로 오늘의 눈물을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굳이 하나를 고른다면 아주 어린 시절, 마술을 보며 아무런 의심 없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회복에 대한 감동 같은 것?
젊은 시절, 마술의 속임수를 찾기 위해 눈을 부라리고, 그저 그것은 과학을 동원한 속임수 같은 것이라고 분석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날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았다. 그럴려고 애써서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자연적으로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술은 온전히 내게 스며들었다. 신비하고 황홀했다. 고단한 이성의 날카로움은 둔감해지고 그것이 곧 인생의 마감에 가까워지는 신호라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쓸쓸했던 것 같기도 하다. 현실과 대비되는 마술의 현란함이 누추한 내 삶에 더해지면서 순간적으로 황홀경의 감동으로 빠져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을 도와달라고 마술사가 여러번 도움을 청할 때미다 열심히 손을 들었던 솔이는 드디어 마지막 마술에서 무대에 나섰다. 탁자를 덮은 보자기를 들어 올리면 탁자가 거짓말처럼 공중으로 떠오르는 마술이었다. 솔이는 마술사와 함께 보자기를 만지작거리며 탁자를 들어올렸다. 탁자는 풍선처럼 공중으로 떠 올랐다.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그 마술처럼 솔이의 삶도 내내 두둥실 떠오르기를 기원해 본다. 판타스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