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더 중요한
감자탕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라디오에서 피아노 소품이 흘러나왔다. 내가 물었다.
- 솔이도 언젠가는 이런 곡 칠 수 있겠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 이제 바이엘 치는데...
내가 기대섞인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 지금 말고...많이 연습하면 언젠가는 칠 수 있지 않을까?
아내가 끼어 들었다.
- 이런 곡은 어려워, 양손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데...
- 아니, 그러니까, 많이 연습하면 칠 수 있지 않느냐는 거지...
솔이가 말했다.
- 언젠가 칠 수는 있겠지...연습하면...
내가 말을 이었다.
- 이루마 피아노곡 같은 거 3개 정도만 칠 수 있게 연습해 봐...
솔이는 피아노 학원에 다닌지 두 달 쯤 되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솔이가 중얼거렸다.
- 나한테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데...
- 응? 더 중요한 거?
- 장래희망이나 꿈보다 더 중요한 거...
또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는 없겠지?
- 그렇지...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뭔가 추궁하여 묻지 않는다. 아주 궁금하지만, 아이가 대답을 강요받으면 대답이 왜곡될 거 같아서다.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면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모를 일이면 몰라도 좋다.
아무튼, 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도대체 꿈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을까?
#꿈#장래희망#피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