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365

꿈보다 더 중요한

by 모래바다

감자탕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라디오에서 피아노 소품이 흘러나왔다. 내가 물었다.

- 솔이도 언젠가는 이런 곡 칠 수 있겠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 이제 바이엘 치는데...

내가 기대섞인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 지금 말고...많이 연습하면 언젠가는 칠 수 있지 않을까?


아내가 끼어 들었다.

- 이런 곡은 어려워, 양손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데...

- 아니, 그러니까, 많이 연습하면 칠 수 있지 않느냐는 거지...

솔이가 말했다.

- 언젠가 칠 수는 있겠지...연습하면...

내가 말을 이었다.

- 이루마 피아노곡 같은 거 3개 정도만 칠 수 있게 연습해 봐...

솔이는 피아노 학원에 다닌지 두 달 쯤 되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솔이가 중얼거렸다.

- 나한테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데...

- 응? 더 중요한 거?

- 장래희망이나 꿈보다 더 중요한 거...


또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는 없겠지?

- 그렇지...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뭔가 추궁하여 묻지 않는다. 아주 궁금하지만, 아이가 대답을 강요받으면 대답이 왜곡될 거 같아서다.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면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모를 일이면 몰라도 좋다.


아무튼, 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도대체 꿈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을까?





#꿈#장래희망#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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