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일기30
진한 풀내음이 올라온다 했더니
아파트 제초작업을 하고 있다.
풀이 온몸을 잘라 뿌려대는
천연 향수의 청량감.
인간의 몸을 자를 때 흐르는 피냄새는
구역감을 주는데
풀의 향기는 어찌 그리 향기로운지 모르겠다.
하긴
이 풀의 향기도
풀 자신에겐 역겨운 냄새일지도 모르지.
세상의 똥 중에 인간의 똥냄새가 가장 고약하다는 어느 신학자의 글을 읽었던 적이 있다.
그는 인간의 죄악 때문에 그렇다 하였다.
소나무 끝을 스친 바람은 솔향이 되고
라일락 가지 끝을 스친 바람은 라일락향이 되느니
인간들도 제 몸을 스친 바람의 향기에 책임을 지어야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언제쯤이나 끝날지.
#풀#피#죄악#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