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일기11
어릴 때는 의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척추도 튼튼했고 종아리도 단단했고 몸의 밸런스는 유연했다.
편한 의자를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다.
하지만
좀더 편한 의자를 얻기 위해 편력했으나 만족할만 물건은 찾기 힘들었다.
의자에 좀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뿐 아니라 어깨와 엉덩이까지 상체 전체가 불편했다.
종아리는 저리고 코끼리 다리처럼 부었다.
한번은 인근 도서관에 갔다가 정말 편한 의자를 만났다.
직원에게 구매처를 묻고 공장에 직접 전화했다.
공장에서는 단체 주문만을 받는다고 거절했지만, 억지를 부려 겨우 한 개를 구입할 수 있었다.
가격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의자의 불편함을 깨닫는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로운 의자를 사도 만족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비로소 의자에게는 어떠한 죄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오래 서 있는 일도 오래 앉아 있는 일도 인간에겐 구조적으로 편치 않은 동작이었다.
인간의 몸이 지니는 치명적인 한계가 문제였던 것이다.
가능한 조금 더 편한 의자를 구해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번씩 일어나 굳은 허리를 반대로 펴주고 풀어주는 것이다.
가능하면 평소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운동을 하고
자세를 바르게 하면 더 좋을 것이다.
어떤 의자를 사도 유토피아는 없다.
내 몸의 불완전함을 깨닫고 지속적인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의 미망에서 내려올 때이다.
밖에서만 원인을 찾으면 우리는 영원히 고통의 근원을 찾지 못한 채
공허한 헛바퀴만 돌리게 될 것이다.
투덜대고 변명하고 핑계대면서.
의자의 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몸의 한계를 인정하시길.
그때 비로소 몸을 위한 인간의 노력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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