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일기53
일 년쯤 되었을 것이다. 왼발 엄지발톱이 조금씩 검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딱히 불편하진 않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발톱 한 켠이 눈에 띄게 두꺼워지고 휘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큰 불편함은 없었다.
문제는 발톱을 깎을 때 불거졌다. 손톱깎이 사이로 발톱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겨우 발톱을 끼우고 손가락에 힘을 주니 발톱은 예상 밖으로 세게 튀었다. 시야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그 튕김이 너무 불규칙적이고 멀어서, 나는 이 발톱이 다른 발톱과 좀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발톱이 죽었다는 생각.
발톱에 생명이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발톱에 생명이 있었나보다. 태어나면서부터 발톱은 수 십 년의 세월을 자라 오지 않았던가. 자라고 성장하는 것은 생명의 특징이다. 내가 발톱의 생명성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무 때나 잘라낼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인 듯하다. 어느날 발톱이 자라기를 멈추거나 변색하거나 변형되었으면 나도 더욱 관심을 가졌을지 모른다.
어떤 이는 이것이 무좀의 한 종류라 했다.
균의 공격을 받다니, 발톱은 생명임이 더 분명해졌다. 전혀 생명처럼 생기지 않은 것도 생명일 수 있었다.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생명 아닌 것이 없었다. 그리고 생명이 있는 것들은 죽을 수 있었다. 아니, 생명인 것들만 죽을 수 있었다.
죽은 발톱을 깎으면 방향도 없이 아무렇게나 멀리 튀었다. 수분이 빠지고 색깔도 아무렇게나 변했다. 잘 잘리지 않았다. 마치 썩은 나무둥치처럼 뭉개지고 부서졌다. 발톱들이 죽어보니 살아있던 발톱의 위대함을 알겠다. 매일 분투하며 살아있었는데, 그저 당연하게 생각하고 감사하지 못했다.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당연한 것은 아닌데...
피부과에 갔더니 의사는 1년 가량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감사하지 못하고 잘 관리하지 못한 대가의 시간은 짧지 않았다.
#감사#발톱#무좀#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