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by 민경수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머물게 해줄 때가 있다.


친구가 우울하다고 전화를 했다.
투정이 많은 친구여서
별로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지만
무심히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모르겠다, 힘들다.
어떤 말을 건네도 친구는 조용히 튕겨냈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라’ 하고 말했더니
그 말은 받아들였다. 온전히 편이 되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함이 살짝 들었다.



함께 술을 마시면 유난히 즐거운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술을 끊은 지 벌써 1년이 되어간다.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만남 또한 뜸해진 친구가 되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그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술을 마시지 않는 그 친구가
나에게 술을 권했다.


혼자 취하는 거 싫어서, 혼자는 절대 안 된다고 했더니
친구는 말했다.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옥신각신하다가,
“내가 옆에 있으니까 괜찮아”라는 말을
연거푸 듣다 보니 결국 소주를 혼자 마시게 되었다.

혼자 마시게 하는 게 미안했던지,

술잔에 물을 부어 계속 잔을 부딪혀준다.


술자리를 좋아하는 나에게
재미를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해주던 친구.

내가 말하지 않아도
바빠서 종종거리는 걸 알아주고,
늘 내 시간에 맞춰주던 친구.

그렇지만

나보다 열 배는 더 바빴던 친구.

스쳐 지나가는 말로 약속을 해놔도
반드시 기억해 지켜주던 친구.

그래서 한 달 뒤로 대충 약속을 잡아도
다시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

재밌게 해줘야 한다며
늘 고민하던 친구.

온전히 내 편이 되어주겠다던,
고마운 친구.

나를 나로서 살게 해주는 친구였다.


오늘 전화해온 친구에게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그 말을 해줬더라면 어땠을까.

친구의 우울함에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을 아껴두지 않고 건넸더라면,
서툰 위로 대신
내가 온전히 편이 되어주겠다는 진심이
닿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도,
왠지 모르게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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