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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시현 Aug 31. 2021

자가격리 1일 차.

토요일.

남편은 빠른 이송을 원했지만, 확진자가 너무 많아서 2,3일 정도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감염병 관리팀이라는 곳에서 남편에게 여러 문자를 보냈고, 남편은 그 문자를 다시 내게 보냈다.

한 집에 있지만 소통의 도구는 핸드폰이어야 했다.


창문으로 넘겨보니 남편은 백지에 뭔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뭐냐고 물으니 접촉 이후 자신의 동선과 만난 사람들을 기록해서 보내달라고 했단다. 그걸 기록하고 있는데,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밥을 먹긴 먹어야 하는데, 음식을 준비하는 게 거추장스러웠다.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극한 상황에서는 몸이 알아서 칼로리 소모를 절제해 안 먹어도 얼마 간 견딜 수 있도록 인간이 설계되었다면...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샌드위치를 배달시켰다.

배달기사가 대문 앞에 놓고 간 샌드위치를 작은 현관과 아이의 방문에 각각 걸었다. 아이에게는 가능한 방 밖으로 나오지 말고, 나올 때는 꼭 마스크를 하라고 일렀다.


오전 10시.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감염병대응팀 밉니다. 귀하께서 #0000 확진자와 0월 0일 접촉하신 내용이 확인되어 역학조사 결과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되었습니다.

격리 이탈 시 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 있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오후 2시.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이름과 생년월일 등으로 신상을 확인한 후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 대상이라며 동선을 물었다. 순간, 무언가 가슴을 훅 때리는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빠르게 내 동선을 체크했다. 말해야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쩌면 불필요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담당자는 내 동선에 이어 아이의 동선을 물었다. 담당자의 관심은 내 쪽보다는 아이의 그것이었다. 학생들에게 민감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저절로 느껴졌다.


고등학생인 아이는 여름방학이 끝났지만, 수업은 죽 비대면으로 진행이 되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인 줄 알았는데, 담당자는 마지막으로 학교에 간 날이 언제냐고 2번 3번 물었다. 이어 학원을 물었다.

수요일부터 잡으면, 수요일에 영어 수업이 있었다. 수요일 아이가 아빠를 만난 건 영어학원을 다녀온 이후 저녁이니 영어학원은 상관이 없어 보였지만, 담당자는 그날 일정을 다 말하라고 채근했다.


마음속에서 다시 갈등이 일었다. 이 일로 영어학원이 2주 동안 문을 닫게 된다면...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내 기억에 오류가 있어, 혹시라도 학원 아이들이 감염된다면...  결국 영어학원을 말해 주는 쪽을 택했다.   


동선 확인이 끝나자 담당자는 2,3일 안에 자가격리 안내사항이 들어있는 박스가 배달될 거라 말했다. 2,3일 안... 남편에게도 내게도, 관리팀이 때를 말할 때는 항상 그런 식이었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에게 언제 전화를 하지... 생각하고 있는데, 연락받았다는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정말 빠른 대한민국!!

보건소에서 교육청, 교육청에서 학교,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즉시 이루어지는 통지 시스템이었다.


다음 주부터 대면 수업인데, 아이는 하필 이때 격리가 되었다. 선생님은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했고, 나는 자가격리 학생에게 주어지는 프로그램이 있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사실 없지만, 학교 측에 건의해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고...  죄송하다고 해야 하나 고맙다고 해야 하나 잠깐 생각했지만, 두 가지 말을 모두 했다.


이 열린 사회에서 자가격리는 죄송한 일임에 분명다.


담임선생님과 통화가 끝난 뒤 영어 학원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학원 선생님은 웃으며 학원 말씀 안 하셨어도 되는데... 했다. 나는 또 죄송해야  했다. 선생님은 아니라고 하며 인사를 했지만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아이에게는 남편이 있는 공간 출입을 절대 금지시켰다. 내가 부득이 작은 주방을 가야 할 때는 마스크와 딴딴한 일회용 장갑을 꼈다.

남편에게도 뭔지 모르게 미안했다.


남편은 오늘 이송되지 않았다. 나는 남편이 빨리 이송되길 바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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