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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시현 Aug 31. 2021

코로나19.   자가격리 -1일 차.

 


금요일.

출근도 하기 전, 남편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시간상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때 오는 전화는 대부분 나쁘거나 슬픈 소식이다. 예외는 없었다.


남편 회사 동료의 아이가 유치원에서 감염되어 그 아이 엄마와 함께 확진이 되었는데, 그 아이 아빠와 남편이, 불운하게도 전날 접촉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남편은 회사가 아닌 병원으로 가야 했다.

뭔가 판단력이 사라진 듯한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남편은 나와 아이도 검사를 하는 게 좋겠다며 병원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


사람의 행동은 주어진 현실이 아닌 바라는 방향에 따라 이루어진다. 남편의 권유를 극구 마다하며 남편의 결과를 먼저 보겠다고 우긴 것은 분명  그 때문임이었다.


체한 듯한 시간을 꾸역꾸역 보내고 오후에 받아 든 결과는 '양성 의심자'

양성 의심자가 뭐냐 하니 명확한 답변 대신 검체검사를 다시 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남편이 대답했다. 인터넷을 뒤졌지만  양성 의심자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는 곳은 없었다. 어쨌든 어휘상 양성에 가까우니 나와 아이도 검사를 해야 했다.

당일에 결과를 보려면 서둘러야 했다. 아이를 태우고 병원 검사소에 도착하니 마지막 순서였다.


코로나 19 유행은 해를 넘겼지만 나는 처음 해보는 검사였다. 유리벽에 난 구멍 사이로 손만 내밀고 있는 의료인이 검체봉을, 정말 인정사정없이 콧구멍 안쪽으로 찔러 넣었다. 옆에서는, 물러나면 한 번 더 해야 돼요ㅡ 살뜰한 엄포성 단속도 잊지 않았다. 

저절로 눈물이 쭉 흘렀는데, 입을 벌려 목구멍 안쪽으로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끔찍한 일이었다.


저녁 7시쯤 보건소에서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코로나19 확진.


볏이 달린 머리 모양이 해머를 닮았다는 망치머리 황새는 해뜨기 전이나 해 진 후 활발히 활동을 한다고 한다. 아프리카에 산다는 그 새를 석양 무렵 우리 집 뜰에서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1년 넘게 온 세계를 흔들고 있는 전염병은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확진은 다른 차원이었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지만, 우리 인 것이 더없이 낯선, 그런 익숙함과 생소함이 마구 뒤엉킨 무질서 속에 남편과 나는 잠시 있어야 했다.  


정신을 차라니 남편은 몇 가지 서류와 핸드폰을 챙겨 중문을 닫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가운데 문을 닫으면 이 집은 두 가구로 분리가 됐다. 남편은 핸드폰으로 얘기하고 문은 절대 열지 말란다. 벽을 타고 남편의 통화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약간 격앙돼 있었다.

- 빨리 이송을 시 주세요. 집에 식구들이 있습니다...


밤 10시 20분.

나와 아이는 음성이라는 문자가 왔다.


생각해 보니 우리는 점심 저녁을 다 걸렀다.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했다.

하, 냉장고는 저쪽 주방에 있었다. 큰 쪽 주방을 더 크게 쓰고자 주방 가전 대부분을 저쪽 주방에 두었다. 이 쪽 주방에서는 식탁에 앉아 밥 먹는 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도리없이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장착하고 밖으로 나가 집을 한 바퀴 빙 돌아 저 쪽 현관을 통해 작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닫힌 안방 문이 거대한 성벽처럼 느껴졌다. 남편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당장 먹을 만한 것들을 주섬주섬 꺼내며 남편에게 뭐라도 챙겨 먹으라고 소리치니 남편이 대답한다.

"말하지 말고 음식 챙겼으면 빨리 나가"


이건 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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