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늘 이송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1. 가방은 가져가시면 안 되고 퇴원하실 때 가져가신 물건은 모두 폐기합니다.
2. 준비물은 종이 또는 비닐봉지에 담아 가시기 바랍니다....
관리팀이 보낸 문자에는 쓰레기 처리 방법까지 세세히 안내되어 있었다.
남편은 자신이 쇼핑백에 세면도구 등을 쌌다고 하며 슬리퍼 중 제일 낡은 것을 마당에 가져다 놓아달라고 했다.
12시.
허름한 반바지와 티를 입고 쇼핑백을 손에 든 남편이 거실 창으로 보였다. 나를 바라보며 손을 한 번 들더니 대문 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아이에게 방에서 창으로 아빠에게 인사하라 이르고 나는 현관을 나와 데크에 섰다. 남편은 내려오지 말라는 손짓을 하며 대문을 나섰다.
낡아 보이는 구급차가 대문 밖에 서 있었다. 흰색 방역복을 입은 기사가 내려 구급차 뒤쪽 문을 열자 남편이 올라탔다.
슬픈 건지 다행인 건지 알 수 없었다. 인사를 해야 하는 건지, 뭐라 인사를 해야 하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서 있는 사이 남편은 구급차에 올랐고, 쿵 문이 닫혔다.
갑자기, 남편은 생전 처음 앰뷸런스라는 차를 타 보는 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급차 기사가 나를 보며 소리쳤다.
-30분 내로 방역팀이 청소하러 올 거예요. 물건들 가만 두세요.
구급차가 가는 방향은 내가 서 있는 곳과 반대였다. 그래서 남편을 태우고 사라지는 구급차를 볼 수가 없었다.
집으로 들어왔는데,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아니면 뭘 해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4시. 청소하는 분이 왔다.
30분 안에 2,3명이 올 거라는 청소팀은 4시가 다 되어서야 한 명이 왔다. 대문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분은 중년을 넘어선 아주머니 한 분이었다. 보건소와 계약된 용역업체 소속이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씩씩하게 손걸레와 마포, 스프레이 그리고 무거 워보이는 살포용 기구를 차에서 내리더니 흰색 방역복을 꺼내 능숙하게 입었다.
방역복으로 완전 무장한 그녀는 청소 시작 전, 청소하는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당연히 보고를 해야 되겠지, 생각하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소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아에 부은 소독제에 담근 손걸레로 여기저기 손잡이를 닦고 마포로 바닥들을 슥슥 문지르더니 살포용 기구로 소독약을 살포했다. 윙- 소리와 함께 약간 매운 듯한 소독약이 실내를 채웠지만 이내 빠졌다. 그녀는 창문을 다 열어놓으라고 했다.
관련된 사람들마다 약간씩 말이 달랐다. 남편과 통화한 보건소 담당자는 남편의 옷가지와 침대 시트를 소독약 살포하고 사흘째 빨라고 했다는데,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오늘 하루 두고 내일 빨라고 한다. 남편이 내놓은 쓰레기 처리방법도 보건소에서는 전화를 하라 하고 아주머니는 내일 내놓으라 하고... 뭐가 맞는지 알 수 없었다. 모두가 처음 접하는 일이니 정확하기가 어려울 듯도 했다.
어쨌든 이제 정말 아이와 나 둘이 남아 열흘 넘게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다른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레인지 손잡이를 잡다가, 청소기를 잡다가, 쟁반을 들다가 여기 소독했나? 하는 생각이 강박관념처럼 이어졌다. 뜨거운 물로 소독한 식기류를 꺼낼 때도 미덥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럴 때마다 다시 닦고 내 손도 다시 닦았지만... 어느 구석엔가 코로나 균이 숨어있다가 나와 아이를 덮칠 것만 같았다.
시계를 넘어 다른 도시로 이송된 남편에게서 저녁 늦게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구급차 불편하지 않았냐 하니, 남편은 농담처럼 대답했다.
-확진자 세 명이 함께 탔으니 사이좋게 서로 코로나 균 주고받으며 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