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파파 투스워트(Dead Papa Toothwort)는 선 채로 낮잠을 자다가 1 에이커 너비로 깨어나 쓰레기에서 잔뜩 흘러나온 방울진 액체로 번들거리는 역청 찌꺼기 꿈을 떨어낸다. 그는 대지의 찬가를 듣기 위해 몸을 누이고(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으므로, 그가 대신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런 다음 몸을 웅크리고는 녹이 슨 깡통 뚜껑을 한입 떼어 먹고 신맛이 풍부한 뿌리 덮개와 부생식물의 축축한 외피를 빨아먹는다. 그는 갈라져서 흔들거리고, 나뉘었다 다시 뭉쳐지고, 플라스틱 냄비와 석화된 콘돔을 토해내더니, 박살난 유리섬유 욕조가 되어 잠시 멈추었다가, 비틀거리며 가면을 뜯어내 자신의 얼굴을 더듬고는, 그것이 오래전에 파묻힌 타닌산(酸) 병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빅토리아 시대의 쓰레기.
맥스 포터, 앞의 책, 11면
이 책의 첫 문단을 읽었을 때 나는 도무지 데드 파파 투스워트의 형상을 떠올릴 수 없었다. 단어가 흡수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머릿속에는 온갖 쓰레기가 하나의 덩어리로 뭉친 듯한 어떠한 모습뿐이었다. 그가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책을 뒤로 조금 넘기자 활자 일부가 가로줄에서 벗어난 채 제멋대로 곡선을 그리고 겹쳐졌다가 흩어져 떠돌아다녔다. 나는 잘 이해는 안 되지만,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장면을 가능한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가령 18-19면에서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1부에서는 데드 파파 투스워트의 관찰자, 래니의 부모, 이웃 피터의 시점을 오가며 내용을 전개하다가 2부에서는 더 많은 서술자들이 등장하며 글, 말, 편지가 구분 없이 빠르게 오간다. 단편적인 이야기가 부분 부분 조각된 채로 전달되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조명한다. 서술자가 누구인지 내용상 분명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3부에서는 여러 시점이 뒤섞이며 2부에서 밝혀지지 않은 빈 공간을 메꿔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그러나 래니의 시점은 없다.
왜?
이 소설은 래니라는 그 소년 자체보다는, 래니를 둘러싼 이들과 것에 대해 다루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에는 이 소설이 "한 소년의 실종이 작은 시골 마을에 몰고온 갈등과 혼란을 신화적이고 전설적인 요소를 곁들여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그려"(맥스 포터, 앞의 책, 작가 소개)냈다고 쓰여 있다. 실종된 래니를 찾아 수사를 진행한 2부에서는 거의 온 마을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 일부는 래니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다른 일부는 남을 험담하고, 다른 일부는 이득을 보았다며 좋아하지만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래니와 연결되어 있었다. 3부에서 래니를 되찾기까지 그의 생존에는 마을에 있는 숲, 숲속의 온갖 과일과 환상 요소 데드 파파 투스워트가 개입한다.
숲
숲은 생물과 무생물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어린 묘목을 위협하는 벼락과 질병과 포식자가, 성숙한 나무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물, 햇살, 바람, 흙, 미생물, 곤충, 그 밖의 모든 것들이 숲에 있다. 아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숲이다. 래니는 숲속의 구멍에 빠졌지만 숲이 그를 먹여 살렸다. 래니가 겪는 위험과,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는 1부의 가족과 이웃, 2부의 마을, 3부의 자연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 소설은 가족 및 이웃, 마을, 숲으로 주변 환경의 범위를 차츰 넓혀가며 아이의 실종이라는 극적인 사건에 반응하는 주위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어떻게 한 아이가 살아남아 평범한 어른이 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숲속에 있다. 선택권이 주어지면 래니는 언제나 숲을 고를 것이다.
맥스 포터, 앞의 책, 89면
구멍
사이코, 그들 중 한 명이 기침을 하며, 캑캑거리다 킥킥거리며 말했다.
우리는 계속 걸었다.
내가 잠시 할 말을 잃고 있는데 래니가 물었다, 아까 그 소리는 저한테 한 걸까요 아저씨한테 한 걸까요?
맥스 포터, 앞의 책, 121면
노래를 부르며 환상 속에 살던 래니. 래니가 숲속에 있는 구멍이 빠졌던 위험과 꼭 닮은 위험을 고르자면.
게이이자 섹스에 관한 작품을 만들었던 피트가 완벽한 알리바이에도 불구하고 소아성애자 아동유괴범으로 몰려 마을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일이 그렇다. 그들은 눈에 띈다. 그래서 취약하다. 마을을 뒤집어놓은 사건은 어린 괴짜에게 일어났고, 그 배후로 가장 먼저 큰 괴짜가 지목되었다. 소설의 가장 마지막 장면에 성인이 된 래니와 함께 있는 사람이 하필이면 피트인 것은 둘이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래니, 너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뭐니?
가을이요.
아 잘됐구나, 나도 그렇단다.
맥스 포터, 앞의 책, 49면
데드 파파 투스워트
그러더니 그는 아주 가만히 서 있는다, 정신을 집중한다, 산들바람에 몸을 부드럽게 흔든다, 그리고 그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자 개암나무 열매들이 생겨난다.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자 자두 한 알이 생겨난다. 체리가 한 움큼 생겨난다. 너도밤나무 열매와 달래 약간, 산딸기와 라즈베리와 로건베리 수십 개가 그의 몸에서 익어 떨어지더니, 아이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투스워트는 자신이 선의로 길러낸 기적의 수확물에 만족한 듯 보인다. 마치 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긴 세월을 기다려온 것처럼. 그가 블랙베리와 월귤나무 열매를 안으로 던진다, 은신처 둘레를 느린 보폭으로 천천히 돌면서. 그는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음, 깜짝 놀라며 마음껏 먹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맥스 포터, 앞의 책, 311면
정상적인 어른들은 믿지 않는 데드 파파 투스워트는 실존했다. 그가 래니를 살려주었다. 그가 만들어낸 과일들, 숲의 일부가 래니를 살려주었다. 이 책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 숲이라면, 가장 상징적인 존재는 데드 파파 투스워트이다. 그는 환경 그 자체이다. 그는 아주 오래전 빅토리아 시대의 쓰레기로 된 얼굴을 하고 다른 여러 사람의 얼굴을 하고 온갖 것의 형상을 한 채로 사람들의 말을 엿듣다가 나무의 모습으로 래니를 구해준다.
초록나무 래니, 너를 보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맥스 포터, 앞의 책, 309면
래니의 DNA는 요정의 마법 가루처럼 이 마을 전체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래니와 관련된 법의학적 증거가 사방에 널려 있다는 말입니다. (중략) 이건 거의 래니의 냄새가 곧 마을의 냄새인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래니가 우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맥스 포터, 앞의 책, 216면
그들은 마치 거울처럼 같은 면도, 정반대인 면도 있었다. 투스워트는 환경을 상징하고 래니는 환경이 둘러싼 작고 여린 한 존재를 나타낸다. 투스워트 환상적 존재로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서 나는 소리를 즐겨 들었다. 래니는 실질적인 존재로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노래를 불렀다.
데드 파파 투스워트의 존재를 믿으세요?
응?
그가 진짜라고 생각하세요?
음, 아니. 음 그래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믿는다면 그는 진짜로 존재하는 거니까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구나.
109면
투스워트는 그의 존재에 대한 래니의 믿음으로 인해 실존할 수 있었다고 보면, 래니는 투스워트를 살려준 셈이다. 래니의 생존은 투스워트에 의존하고, 투스워트의 실존은 래니에 의존한다. 그들의 긴밀함은 투스워트가 실제로 존재하기에 래니가 믿은 것인지, 래니가 믿었기에 투스워트가 있는 건지 불분명하게 만든다. 책의 끝부분에서 래니는 그의 스승 피트와 함께 자신을 둘러싼 숲을 그린다. 숲은 그들을 보호했고, 그들은 다시 숲을 창조했다. 개인은 환경을 일구고, 환경은 새로운 개인을 길러낸다. 그렇다면 환경과 개인 중에 어느 쪽이 먼저 생긴 걸까?
래니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집 밖의 냄새를 풍기면서 방으로 들어온다.
호옥시 그거 아셨어요오오, 래니가 말한다, 흰동가리는 전부 수컷으로 태어났다가 여왕이 죽으면 수컷 중 하나가 암컷으로 변해서 새 여왕이 된다는 사실을요? 그렇다면 수컷이랑 여왕 중에 어느 쪽이 먼저 생긴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