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드라이브 마이 카」와 이석원의 「사생활」
"연기를 하면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끝나면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오지. 그게 좋았어."
"내가 아닌 것이 되는 게 좋아요?"
"다시 원래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원래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적은 없어요?" (중략)
"그런다고 달리 돌아갈 데도 없잖아."
-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양윤옥 옮김, 문학동네(2014), 10%
내 집에 배어 있는 나로 인해 오랫동안 묵혀진 몸 냄새도 내 코에는 감지되지 않으니 나로선 불쾌할 일이 없고, 어느 구석 혹여 더러운 곳이 있다 한들 내가 쓰는 공간이고 물건이므로 별 상관이 없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먼지가 자욱이 쌓여 있는 내 방 창틀의 불결함도 나로선 그리 불쾌하지 않게 묵과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생활 범주 안의 더러움이기 때문이다. 더러워도 내 것이라면 괜찮은 법.
- 이석원, 『보통의 존재』, 달(2009), 7%
만일 그게 맹점이라면 우리는 모두 비슷한 맹점을 안고서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
- 무라카미 하루키, 앞의 책, 16%
아무리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는 건 불가능한 얘깁니다. 그런 걸 바란다면 더 괴로워질 뿐이겠죠.
- 무라카미 하루키, 앞의 책,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