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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화 Dec 14. 2022

이란

영화 〈페르세폴리스〉 (2008)

그리스어로 '페르시아의 도시'를 의미한다. 페르시아인들은 '파르사(Parsa)'라고 부른다. 파르사는 파르스에서 유래했는데, 파르스 지방 또는 파르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페르시아 제국은 파르스에서 시작되어, 파르사는 제국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수도로 사용되었다.

다리우스 1세가 즉위하여 내란이 진정된 후 파사르가다에·수사에 이어서 건설한 수도로서, 산을 배후에 두고 사면(斜面)을 이용하여 석조 기단(基壇)을 만들고 그 위에 궁전·후궁(後宮)·보고(寶庫)·기록보존소·아파다나(謁見殿)·백주궁전(百柱宮殿) 등을 줄지어 지은 장대한 것이었으나 알렉산드로스대왕의 페르시아 정복 때 소실되었다(BC 330).

[네이버 지식백과]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페르세폴리스는 파괴된 옛 도시이다. 주인공 마르잔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돌이켜보면 그땐 아무 걱정 없이 행복했다'라고 독백한다. 그가 믿는 신, 그의 꿈은 그가 성장하면서 그의 유년시절과 함께 완전히 붕괴되었다.


공항에서 마르잔은 'TEHERAN'이라는 글자를 노려본다. 이란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것일까? 나는 마르잔이 '자유'를 원했지만, 그보다 더욱 끈질기게 '자유로운 이란'을 원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는 자유로운 이란은 없다. 그는 돌아갈 곳이 없다. 그에게 이란은 붕괴된 옛 도시, 페르세폴리스이다.


이제 돌아오지 말고 자유롭게 살아라. 넌 이란에서 못 살아. 절대로 돌아오지 마라.

〈페르세폴리스〉 엄마의 대사 中




나는 작가가 색을 사용하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였다. 현재 시점은 채도 낮은 컬러 이미지인 반면, 마르잔이 추억하는 유년시절은 철저하게 흑백이다. 히잡을 쓰지 않던 시절에서부터 히잡을 쓰는 내내 흑백이다. 나는 이렇게 색으로 구분한 세상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우선 흑백 장면은 과거의 일을 분명히 드러내면서 색의 결핍을 느끼게 한다. 무엇에 대한 결핍일까? 자유? 진실을 아는 것? 다양성? 행복? 이란에 없었던 모든 것들, 마르잔이 원했던 모든 것, 그가 구체화했든 아니면 무의식 중에 있든, 그가 원했지만 이란에 없던 무엇이든 의미할 수 있다.


그는 자유롭게 생각했고, 또한 그 생각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싶어 했다. 마르잔의 부모님은 이런 그의 성향을 말리지 못하고 그를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으로 보낸다. 그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빈에서 프랑스 학교를 다니다가 이내 이란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을 만나고 서로 껴안는 장면에서 색이 없어서 그들은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빈에서도 흑백 장면을 사용했으니 무리한 주장일 수 있다) 모두 검은색 옷을 입은 그들에게서 '이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느껴진다. 소속감, 가족의 역사성, 뿌리 깊은 연대를 동일한 색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그가 사랑하고 부끄러워한 이란, 그리워하고 벗어나고 싶어한 이란.

작가는 이란에 대한 매우 혼란스러운 정의를 내리기 위해 오히려 다른 색을 제거하고 흑과 백이라는 대비만을 사용한다. 또한, 흑백의 이미지에 빗대어 섞이는 걸 배제하고 이념의 순수성만을 좇은 이란의 사회적 상황을 보여주는 한편, 이란을 둘러싼 외부의 시선을 벗겨내고 알맹이만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반면 현재는 색채가 비교적 풍부하다. 그는 이제 자유의 몸이다. 그런데 마르잔이 걸친 빨간 외투가 눈에 띈다. 그는 어느 누구와도 같은 색이 아니고, 심지어 비슷한 색도 아니다. 빨간 외투는 주인공의 정체성을 구별하는 색이다. 동시에 자유의 나라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 외로운 신세이기도 하다.


공항에서 시작해서 공항에서 끝나는 이 영상은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마르잔은 공항에서 매번 가족들, 자신의 이란을 돌아보았다. 떠나려니 이란을 사랑하고, 머물려니 자유를 사랑한다. 이란 사회와 프랑스 사회 어디에도 편입되지 못하는 마르잔의 상황은 '공항'이라는 애매한 공간을 닮아 있다.


현재의 그녀는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와 같은 차림이다. 그때처럼 택시를 타고 공항에서 프랑스 내부로 향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택시 기사는 마르잔에게 묻는다. "어디서 왔어요?"




표지 출처


페르세폴리스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43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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