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의 「노을 건너기」와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들은 매달리기보다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들이란, 기록이나 시험 통과가 아니라 엄마의 기일이 오면 찾아오는 무기력감, 예고도 없이 밀어닥치는 자기혐오, 앞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란 확신 따위였다.
천선란, 「노을 건너기」, 창비(2023), 47면
나는 너를 좋아해, 공효야.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너를 너무 좋아한단다.
천선란, 「노을 건너기」, 창비(2023), 66면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어린 날 내 맘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
이제는 흔적만이 남아 희미한 그곳엔
선 너머에 기억이
나를 부르고 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목소리에
물결을 거슬러 나 돌아가
내 안의 바다가 태어난 곳으로
휩쓸려 길을 잃어도 자유로와
더 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