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해안도로에서

제주도에서 홀로 쉬고 싶을 때

by LEAN
KakaoTalk_Photo_2018-08-23-14-39-07_16.jpeg

제주도에 오면 오픈카를 타고 싶어 진다. 시원한 바람, 넓은 도로를 보면 누구도 속도를 낸다고 뭐라 하지 못할 것만 같다. 요즘에는 제주도에만 가도 일정을 다 짜 놓아야 할 것 같다. 맛집은 어딜 갈지, 구경은 어딜 할지 등등. 하지만 가끔은 즉흥적인 드라이브를 떠나도 괜찮다. 아무도 모르는 숨은 바닷가를 향해서.


만약, 저녁 식사를 하러 근사한 맛집을 찾았는데, 눈 앞에 멋진 노을이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획한 대로 좋은 곳에 가도 괜찮지만, 색다른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 노을 보러 가자!"

"아, 정말?"


여행 중에 동행자와 궁합이 잘 맞았다면,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가장 가까운 해안도로로 돌려 보자. 제주도에는 열 개에 가까운 해안도로가 있다. 운이 좋다면, 적당한 시기에 기막힌 일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을을 보지 못하게 된다면? 시간이 너무 늦어 푸른 하늘만 보게 될 수도 있다.

KakaoTalk_Photo_2018-08-23-14-38-51_53.jpeg 표선해안 근처의 해안도로 입구

하지만 푸른 하늘은 그 나름대로 묘미가 있다. 일단은 차에서 내려 주위를 보자. 하늘은 이제 해가 한쪽으로 기울고 바다 위에는 푸른빛만 채워져 있다. 검은 돌이 가득한 바닷가에는 멀리 한두 명의 사람이 흐릿하게 보인다. 멀리 방파제 쪽에 외로이 낚싯대를 드리운 아저씨가 유일한 동행자인 듯싶다.

KakaoTalk_Photo_2018-08-23-14-38-57_98.jpeg 해변을 바쁘게 기어다니는 수많은 작은 게들
KakaoTalk_Photo_2018-08-23-14-38-57_17.jpeg
KakaoTalk_Photo_2018-08-23-14-38-53_2.jpeg
KakaoTalk_Photo_2018-08-23-14-39-08_62.jpeg

한 때는 음식점이었을지 모를 폐건물 옆에 위치한 정자에 앉아 보자. 그리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자. 해가 지는 마지막 순간을 일초도 놓치지 않기 위해. 하늘은 이제 붉은기가 거의 사라지고 검푸른 색으로 메워진다. 지평선 쪽에만 약간의 희뿌연 빛이 보인다. 멀리 반짝이는 불빛이 일렬로 보인다 했더니, 귀가하는 배들이 일렬로 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가로등 하나 없는 해변에 어둠이 묵직하게 깔릴 때까지 숨죽이며 바다를 바라보자.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던 소소한 감성이 깨어날지도 모른다.

KakaoTalk_Photo_2018-08-23-14-39-13_24.jpeg

글을 쓰는 사람이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든, 도시에서는 감성을 느끼기 힘들 때가 있다고 한다. 제주라는 섬에서는 오롯이 홀로 바다를 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북적이는 사람들이 없는 여행지로 가고 싶다면, 해 질 녘 후의 해안도로로 떠나 보자.

방파제에서 도망치는 게들을 살펴보고,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길목에서 고요함에 경탄할 수도 있다. 돌아오는 배들의 불빛을 보면 치열한 삶의 향기가 느껴질 수도 있다.

다시 시작할 힘을 얻으려면, 조용한 여행지에서 자신을 추스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끔은 무작정 자연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하고 도시에서는 숨겨둔 감성이 말을 걸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리조트에서의 하룻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