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미술 축제
2018 아시아프(ASYAAF: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 전시를 다녀왔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이 전시는 아시아 국적의 만 35세 이하 청년 작가 400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이다. 지난 10년간 33만여 명이 관람하고 6,500여 점의 작품이 팔리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둘레길에 죽 늘어선 그림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천천히 보기 시작하면 다 보는데 반나절이 걸릴 것이다. 그만큼 이곳에서는 방대한 양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각화 가마다 서너 개의 작품이 걸려 있는데, 대부분의 작품은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백에서 이백만 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 때때로 10만 원 이하의 자그마한 그림이나 조각도 벽 한편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들이다.
젊은 작가들은 저마다 소재도 다양하고 그림도 다양하다. 어떤 이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정교한 그림을 그린다. 이를 테면, 어떤 이는 물결만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흐르는 물의 결이 세세히 살아있어 실물보다 더 물방울이 살아 춤추는 것 같다. 다른 어떤 이는 그림자만을 그린다. 소녀들의 그림자, 나무의 그림자, 건물의 그림자… 단지 그림자에 비친 풍경이 이렇게 복잡하고 미묘한 색을 띠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해준다. 또는, 빛의 잔상만을 그리는 화가도 있다. 빛의 방울이 공기 중에서 산란되어 어딘가로 탁 터지는 사소한 1초의 순간, 1 제곱 센티의 면적까지도 화가는 놓치지 않고 주목한다.
반면, 아주 단순하고 어린아이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있다. 세 살짜리가 낙서해 놓은 그림을 일부러 그려놓은 화가도 있다. 그런 화가의 그림에는 원색으로 색칠된 해와 산과 나무가 있다. 직선은 없고 나른한 선으로 이뤄져 있으며, 채색도 틈이 많아 엉성하다. 다른 화가의 그림은 커다란 얼굴만 하나 그려 놓았다. 얼굴은 곰의 얼굴 같기도 하고 사람의 얼굴 같기도 하며 분필로 허옇게 칠해져 있다. 자세히 보니 감자처럼 울퉁불퉁한 한 여자의 얼굴이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입을 헤 벌린 모습이 한없이 낙천적이다. 이러한 그림들은 차갑지 않고 온화하다.
수많은 작가들은 세상을 보는 시선들이 저마다 다르다. 똑같은 세상을 보더라도 어떤 작가는 수천 개의 나뭇잎에 주목한다. 다른 작가는 창 밖에 지나가는 교복의 소녀를 본다. 또 다른 이는 아침 식탁에 살포시 놓인 물 잔을 그린다. 다른 이는 지구 끝으로 여행을 떠나 격렬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그린다. 사람마다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다르고, 목표하는 것도 다르다.
게다가 사람들은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그 표현이 제각각 다르다. 어떤 화가는 나무를 단순하게 그린다. 그보다 조금 더 채색을 연하게 하는 이도 있고, 진하게 하는 이도 있다.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이도 있다. 촉감이 모두 느껴질 정도로 자세하게 그리는 사람도 있다. 낮의 조명을 쓰는 사람도 있고 밤의 조명을 쓰는 사람도 있다. 한 재료만 일관되게 쓸 수도 있고 여러 재료를 마구 섞어 혼합 재료를 쓸 수도 있다.
젊은 작가들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몇십 년 후에 그들 중 누가 뛰어난 대가가 될지 모른다. 몇몇은 좌절을 겪을지도 모른다. 자기의 세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껴안은 청년들은 지금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서 있다. 하지만 온전히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하며 자유를 획득한 이들은 후회 없이 세상의 한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어떤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자신만의 세계를 모르고 만다. 그렇지만 이곳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본 사람들이다. 모호하고 불투명한 예술의 세계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들의 꿈이 현실과는 괴리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캔버스 위에 옮겨진 그들만의 세상은 분명 사람들의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들의 그림은 먼 훗날 누군가의 시선에 닿아 특별한 정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수많은 그림들의 생명력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