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남의 손에 맡겨진 운명

by LEAN

알고보니 꿈의 직장이 아니었다면?

작년에 들어간 IT 기업은 유명한 듯 유명하지 않은 기업이었다. 주변 직장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반은 알고, 반은 몰랐으니 말이다. 그래도 복지와 사내 행사가 좋아서 나는 속으로 '숨은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했다. 계약직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업무 강도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런데 몇 달 전, 뉴스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원을 감축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구글, MS, 아마존, 메타, IBM도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으로 직원을 해고한다고 했다. 한국 지사까지 영향력이 미친다고 하니 조바심이 들었다. 인력 감축에 있어서 계약직은 1순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2만8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가 장기간 불확실성에 빠진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성장했던 언택트 산업이 다소 침체된 결과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최근 1년 사이 정리해고한 직원은 6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중략)

출처: 아마존·MS 2.8만명 추가 해고…美 빅테크 감원 6만명 돌파 - 머니투데이 (mt.co.kr)

싱가포르 지사에 있는 친한 다른 계약직 동료와 채팅을 했다.

"넌 퇴사하면 뭐 할 거니?"

"난 운동화나 모자 팔아보려고. 스트릿 패션?“

"팀장님이 이번 주에 오마카세 사준댔는데, 그거는 먹고 퇴사할 거 같아서 기분이 낫네."


친구와 떠들었더니 붕 뜬 기분이 좀 가라앉았다. 사실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마음이 떠나가는 기분이었다. 어차피 퇴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먼저 회사와 정 떼야할 것 같기도 했고.


만약 50대에 잘린다면 어떨까? 실제로는 은퇴한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그런데 회사 내에서 새로운 루머도 돌았다. 우리 팀장님도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것. 그것도 나한텐 문제였다. 날 뽑아주고 지금까지 꽤 좋게 대해준 분이었다. 이야기도 여러 번 하고 회식도 몇 번 하면서 이제 좀 친해졌다 싶었는데… 왠지 남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아버지에게 여쭤보면 몸이 안 좋아 집에서 소일거리를 하거나, 등산을 하고, 손주 봐주는 정도로 일상을 보내는 분들이 많았다. 아직 사무실 나가는 분들은 자기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부업으로 일할 수 있다고 꼬드기는 정체 모를 업체에서 취업하신 분들도 있다고 한다. 또 주변에는 맘시터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도 있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지만 내 주변에는 사실 은퇴하고 딱히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쉰다'는 개념이 진정으로 다가오려면 자금적, 심리적 여유가 넘쳐야 하는걸까.


외국계기업은 수평적이지만 잘리기 쉽다는 인식이 있는데,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일하던 회사의 직무는 프론트가 아니긴 했지만 공무원만큼 오래 다닐 수 있었고, 웬만큼 심각한 행동을 하지 않고서야 잘릴 수 없었다. 때문에 심리적 편안함을 위해 프론트에서 백오피스로 넘어오신 분도 있었다. 평생 다니고 은퇴하는 분들도 볼 수 있었다. 산업과 직무의 특성상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대기하는 직원의 잡생각

하지만 IT산업군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들려온다. 신사업을 접을 때나, 수익이 되지 않는 부문을 정리할 때는 '칼'이다. 트렌드와 혁신에 과감히 나서서 투자하지만, 빈번하게 선택과 외부 환경변화를 강조하며 몸집을 줄인다. 불황기에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데 만약 나이도 많고, 연봉도 높고, 돈 먹는 부서에 머물며, 윗선에서 제일 이뻐하지도 않고, 실적도 딱히 드라마틱하지 않다면...

그런데 이건 과연 남의 이야기일까? 나와 친구들의 미래 이야기일까?


구조조정이 몇 달이 걸리고 딱히 윗선에서 명확한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 시기가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그만 선고를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품은 좋은 시절 격하게 부풀어 오르지만, 어려운 시절 고통스럽게 터지기도 한다. 경기가 좋을 때 이뤄지는 투자가 모두 최선의 투자는 아니듯, 침체기에 타격을 받은 분야가 모두 전망이 어두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메타버스나 음성AI 같은 ‘핫’한 트렌드라 하더라도 진정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돌아볼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실패와 해고의 무덤에서 새로운 가치가 솟아날 것이라는 희망도."

출처: ‘높은 산’ 빅테크, 골도 깊었나…대대적 구조조정 ‘칼바람’ [한세희 테크&라이프] (econom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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