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에는 내가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 마디를 내뱉었다.
"아이고~ 맛있게 잘 먹었다!"
그날따라 밥이 맛있었고, 나도 모르게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감탄사에 가까웠다.
그런데 옆에 있던 5살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히히, 엄마 나는 엄마가 잘 먹었다는 말을 들으면 웃음이 나와.
엄마가 잘 먹어서 기분이 좋아."
돌아오는 아이의 말에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이는 엄마가 밥을 잘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 조건 없이 순수하고 맑은 웃음을 보였다.
그 웃음에 나도 모르게 행복해져 버렸다.
그리고 아이의 말에 내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마는 네가 잘 먹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
"네가 엄마가 해준 음식을 잘 먹으면 행복해져."
내가 종종 아이에게 하던 말이었다
아이의 말에는 종종 내가 있다.
내가 자주 쓰는 말투, 강조하는 표현, 심지어 한숨이나 웃음까지도.
"그랬어~?" 하며 끝을 올리는 습관.
떡뻥을 먹는 동생에게 "맛있어~?"라며 끝을 올리며 묻는 아이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말을 흉내 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감정을 익히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저 따라 하기만 했을 뿐인데,
그 말 속에는 나의 말투뿐 아니라 나의 마음까지도 담겨 있었다.
내가 조금 지쳐서 퉁명스럽게 말할 때는
"엄마, 목소리가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라고 말하고,
내가 기분 좋은 일에 들떠있을 때는
"엄마, 무슨 일 있어? 기분이 좋아보여"라고 말한다.
아이의 말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조용히 비춰주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아이의 언어는 나의 언어이고,
아이의 감정은 내 감정에서 자라난 것이다.
말을 예쁘게 하려면 마음이 예뻐야 한다는 걸 아이를 통해 다시 배운다.
말보다 먼저 내 마음을 잘 다듬어야겠다.
아이에게 닿는 건 말 속에 담긴 '나의 마음'이라는 걸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