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손을 놓지 않는 것
"혹시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동생 손잡고 뛰어! 알겠지?"
위험 상항에 대비한 나름 '현명한 대처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 누군가는 시간을 벌고 누군가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그게 '어른다운' 판단이라고 생각했기에 아이에게 한 말이었다.
그런데 아이의 반응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그럼 엄마는?"
"엄마는 너희 도망갈 동안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 붙잡고 있어야지.
괜찮아. 엄마는 강하니까 살아남을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아니야. 엄마는 약하잖아. 그냥 우리 다 같이 손잡고 도망가자."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엄마는 약하잖아'라는 말이 가슴 깊은 곳을 건드렸다.
아이에게 중요한 건 현명한 판단도, 논리적인 행동도 아니었다.
정답이 아니라 함께.
누가 희생하느냐가 아니라, 아무도 남겨지지 않는 것.
사랑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랑은 남겨두지 않는다.
사랑은 누구도 두고 가지 않는다.
사랑은 손을 놓지 않는다.
나는 아이를 지켜주려 했지만,
아이도 나를 지켜주려 했다.
사랑 앞에서는 나는 누구보다도 약한 존재였고,
동시에 그 사랑 덕분에 누구보다도 강해질 수 있는 존재였다.
나는 이제 다르게 말할 것이다.
"위험한 상황이 오면, 우리 넷이 손잡고 함께 도망가자.
우리는 같이 있어야 하니까."
사랑은 언제나 함께 가는 법을, 함께 버티는 법을 가르쳐 준다.
아이의 말이 생각날 대마다 마음속으로 한 번 더 손을 꼭 잡아본다.
눈앞에 있든, 멀리 떨어져 있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지 않는 건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건
앞서서 싸우는 게 아니라,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