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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옥을 걷고 있다면, 멈추지 말고 계속 가라."
처칠Winston Churchill이 했다던 이 말을 한 때 참 좋아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간단하고 명료하게 알려준다고 생각했다. 내가 찾던 바로 그 인생의 한 문장이라고 여겼고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그런 태도를 가지고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 왔느냐와는 별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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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도 훨씬 전에 중고등학교 친구였던 Y가 소개해준 이야기가 있다. 자세한 배경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에 어둠을 기억하게 하고,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을 기억하게 하는 말을 어느 왕이 누군가에게 물었고, 한 현자가 답하기를,
"이 역시 곧 지나가리라."
라고 했다는 이야기이다. 순간 머리를 망치로 얻어 맞은 것 같았다. 정말 기가 막힌 통찰이고 문장이 아닌가. 나는 바로 이것이 겸손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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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서울시장이었던 때로 기억한다. 확실한 건 대통령이 되기는 전이다.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이명박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를 찾아보게 되었다. 도시공학과 교통공학을 전공하던 입장에서 버스중앙차로를 도입한 서울시와 서울시장 이명박은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갖 낯 간지러운 미사여구와 미담으로 가득한 그의 자서전에서 딱 하나, 당시의 나는 물론 지금의 나도 무려 "닮고 싶은" 그의 면모가 있었으니, 바로 이 발췌된 대화에서의 그이다.
"바쁜데 이걸 다 어떻게 하죠?"
"바쁘니까 다 할 수 있죠."
물론 답하는 이가 이명박이다. 7-80년대의 '하면 된다'류의 모토를 경멸하는 나이지만 이상하게 이 대목은 가슴에 와 꽂히고 지금까지 강렬하게 남아있다. 발상의 전환을 느끼게 해 준 한 마디였다. 이 말을 이명박이 실제로 했든 안 했든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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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말을 할 때에는 그 말이 침묵보다 나은 것이어야 한다."
누가 어디서 한 말인지는 모른다. 짐작컨대 트위터를 하던 시절 누군가의 트윗에서 갈무리해 두었을 법하다. '침묵은 금이다'는 말보다 구체적이고 친절해서 무심코 한 번 마음에 담은 것이 지금껏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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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하나의 지옥을 시작해야 하는 내게 위로를 하며 동시에 다짐을 받기 위해 이 글을 적었다. 부디 지옥을 계속해서 걷는데 만족하지 말고, 힘껏 뛸 수 있길 바란다. 이 악물고 뛰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