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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Apr 12. 2024

'베르니니'의 분수가 있는 바르베리니 광장과 해골사원

의외의 장소에서 나누게 되는 어떤  '피자'와 '커피'에 관한 이야기

바르베리니 광장        

바르베리니 광장은 세 개의 거리가 교차하는 곳으로 주변 지역의 관광 기점이 되는 곳입니다. 광장 중앙에는 역시 분수가 보입니다. 이 분수는 계속해서 언급되었던,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가 이자 조각가인 '베르니니'의 작품으로 1642년에 제작되었습니다. 로마의 주요 명소마다 '베르니니'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가 얼마나 당시에 얼마나 잘 나가는 예술가였고, 얼마나 왕성히 활동했었는가가 실감 납니다.

'바르베르니 광장'과 '베르니니'가 만든 광장의 분수

베르니니의 분수는 네 마리의 돌고래가 큰 조개껍질 위에 올라앉은 '트리톤'을 받치고 있습니다. 로마의 분수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조각이 바다의 신 '트리톤'인데, 이 분수에서는 고둥을 불고 있습니다. 이 분수는 '안데르센'의 동화 <즉흥시인>에도 등장한다고 합니다. 조각을 자세히 살펴보다 보면 돌고래의 꼬리 사이사이에 세 마리의 벌이 새겨져 있습니다. 돌고래 사이의 벌? 왠지 안 어울리는 조합이긴 한데, 이 벌 문양은 '베르니니'를 후원했던 가문의 문양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 당시에 PPL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신의 후원자를 상징하는 문양을 자신의 작품에 새겨놓은 것에 눈길이 갑니다.

    

분수 뒤쪽으로 광장을 지나면 유난히 가로수가 많은 보이는 곡선으로 된 오르막길이 있습니다. 이 거리가 바로 ‘베네또 거리’라고도 합니다. 이 거리에는 19세기부터 있었던 정통 있는 호텔들과 낭만적인 노천카페, 고급 레스토랑, 패션 부티크 등이 늘어서 있습니다. 로마의 작은 골목길에 카페나 레스토랑들도 정취가 있지만 이 거리의 카페, 레스토랑은 좀 더 럭셔리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줍니다. 이 거리는 서울의 청담동이나 성북동처럼 상류층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입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달콤한 인생’이 이 거리에 모여 사는 상류 계급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네토 거리' 입구, 이곳부터 럭셔리한 호텔과 카페, 레스토링이 나온다, 우측은 영화 '달콤한 인생'(1960) 포스터

이곳에는 1890년 완성된 <마르게리타 궁>이 있습니다. '마르게리타' 아주 익숙한 단어죠. 우리는 이 단어를 들으면 바로 이탈리아의 국기 색깔의 재료 녹색의 바질, 백색의 모짜렐라 치즈, 붉은색의 토마토 페스타로 만든 이탈리아를 상징하고 대표적인 '마르게리타 피자'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사실 '마르게리타' 여왕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마르게리타' 여왕은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아들이자, 이탈리아의 2대 국왕인 '움베르토 1세'의 아내로, 사보이왕국의 여왕이었습니다. 


1889년 '움베르토 1세'와 '마르게리타' 여왕이 함께 나폴리를 방문했습니다. 두 사람은 나폴리의 지역 음식을 먹기를 원했고, 당시 나폴리의 최고 '피자이올로'(피자 장인)인 '라파엘 에스포지토'가 세 가지 종류의 피자를 만들어 식탁에 내놓았는데, 여왕이 특히 바질과 모짜렐라, 토마토페스토로 만든 치즈를 좋아했고, 노동자들이 먹던 음식을 왕족이 맛있게 즐겼던 것이 화제가 되어, 그 피자에 여왕의 이름을 붙여 '마르게리타 피자'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가난한 노동자의 음식이었던 피자가 이탈리아의 대표음식이 되었습니다. 이 '마르게리타 피자'를 처음 만든 피자 레스토랑은 현재도 나폴리에서 영업 중입니다. 바로 1780년 오픈한 ‘피체리아 브란디’(Pizzeria Brandi)가 그곳이죠.

나폴리 현지 마르게리타 피자 / 로마 베네토거리의 '마르게리타 궁' (현, 미국대사관) / 움베르토 1세의 아내 '마르게리타' 여왕

잠시 피자 이야기로 새긴 했지만, 아무튼 '마르게리타 궁'은 '사보이'의 여왕이자, 이탈리아 왕비였던 '마르게리타 여왕'의 거처였습니다. 그녀의 사후 이곳은 '무솔리니'의 집무실로 쓰이다가, 현재는 미국 대사관이 되어 미국의 문화재가 되었습니다. 


광장 근처에는 유명한 분수가 또 하나 있는데  <벌의 분수> 또는 <꿀벌 분수>라고 불리는 분수입니다. 막상 가보면 아주 작은 분수입니다. 분수라기보다는 예쁘게 만들어 놓은 공동수도 같은 느낌입니다. 이 분수는 '베르니니'가 17세기에 만든 것으로, 여기에도 벌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분수의 물맛이 좋아 로마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로마 곳곳에 이런 식용이 가능한 분수와 공동수도는 여름철에 아주 반가운 곳입니다. 목도 축이고, 손도 시원하게 씻을 수 있으니까요. 이 분수에는 라틴어로 ‘대중과 그들의 동물을 위한 물’이라고 씌어 있습니다.     

소박하지만 독특한 디자인의 꿀벌분수

이 광장에는 <바르베리니 궁>이 있는데, 이곳은 '베르니니'와 '보로미니' 당시 로마의 가장 유명했던 2명의 건축가가 함께 건축한 바로크 양식의 궁전입니다. 처음 설계를 시작한 것은 '마데르노'란 건축가인데, 그의 조카가 '보로미니'입니다. 건물의 완성은 '보로미니'와 '베르니니'가 함께 1633년에 완성했고, '바르베르니' 가문 소유의 궁전입니다. 현재는 <국립 고미술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라파엘로'가 자신의 연인인 '마르게리타'를 그린 <라 포르나리나>, 리피의 ‘<성모자>, 홀바인의 <헨리 8세의 초상>, 카라바조의 <나르키소> 등을 볼 수 있고, 궁전의 보로미니의 나선형 계단과 베르니니의 광장계단은 여행자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포토 스폿이기도 합니다.           

바르베르니 궁의 외관과 갤러리


산타 마리아 델라 콘체치오네 성당(해골사원)    

'바르베리니 광장'에서 '베네또 거리'로 조금 올라가시면 <산타 마리아 델라 콘체치오 성당>이 있습니다. <해골사원>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죠. 


성당 지하는 '카푸친회' 수도승들의 뼈로 장식이 되어 있습니다. 1528년부터 약 350년간 사이에 이곳에서 죽은 수도사들의 유골 4,000여 개가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데요. 사람의 뼈를 교묘하게 맞추고 이어, 천장과 벽면을 장식했습니다. 제단과 아치도 뼈로 장식되어 있고, 심지어 샹들리에까지도 뼈로 만들어져 있지요. 처음 이 광경을 마주하면 이게 진짜 사람의 뼈일까 실감이 안되긴 하지만,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면 왠지 영화 속에 있는 거 같은 비현실적인 감각도 있고, 오싹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산타 마리아 델라 콘체치오네 성당 외관과 지하의 해골사원

이곳은 교황 '우르반 8세'의 형이 1626년에 세운 성당입니다. 그는 추기경이자 '프란체스코회에 카푸친 수도회'의 수도사였는데. '카푸친회'는 수염을 기르고 수도복에 두건의 일종인 ‘카푸친’을 쓴 모습 때문에 ‘카푸친 사제’라고 불립니다. 그들은 기도와 선교에 중점을 두고 엄격하고 소박한 은둔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검은 사제복의 신부가 아니라 후드가 달린 원피스 복장의 사제복을 입은 수도사들이었죠.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 중에 커피 위에 우유거품을 얹어 나오는 '카푸치노'가 있죠. 그 이름이 '카푸친 수도회'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카푸치노'는 색깔과 모양이 '카푸친'(이탈리아어로 '모자')을 쓰고 갈색 수도복에 흰 띠를 두르는 수도사들의 복장과 커피에 우유거품을 섞은 모양이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죠. 

     

카푸치노와 수도사 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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