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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뷰티 Jul 31. 2024

시간이 없어요, 돈 쓸 시간

직장 10년 차 분노로 시작한 재린이의 경제적 자유 달성일지 #3


절약, 최고의 방법은?


재테크 + 어린이의 준말인 재린이로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재테크 최고의 방법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돈 쓸 시간을 없애면 된다!"


저는 야근해서 돈 쓸 시간이 없는데요?!

돈이 뭐죠? 아침에 출근하고 밥 먹고 야근하고 집에 오면 자는데

언제 돈을 쓰나요?


슬프게도 야근이 많아질수록 차곡차곡 내 통장이 조금은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금세 10억 부자가 되었고, <빡쳐서 시작한 재테크 - 10억 도전기>는 성공에 달해

나의 브런치북은 여기서 마감한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을까?

그랬다면 애초부터 빡쳐서 재테크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돈 쓸 시간은 없어지면서 처음에는 조금씩 돈이 불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분명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왜 통장에 잔고는 별로 없지?


바쁜 와중에도 점심은 먹고, 잠깐 쉬는 시간은 있다.

화장실에 가서 응아 하러 가는 시간은 있듯이 우리에게는 단 5~6분의 시간은 항상 찾아오기 마련이다.

잠깐 틈나는 시간,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스마트폰에 접속하면 놀랍게도 팝업 링크들이 쫘르르 뜬다.


'내가 이걸 필요로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놀랍게도 내가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물건들이 떠오른다. AI 주가가 오르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가 보다.

그렇게 틈이 날 때 잠깐 인터넷 쇼핑도 하기 시작했다.

빡쳤을 때 고생한 나를 위한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구매하는 일명 '시발비용'을 쓰기 시작했다.그런 비용들은 놀랍게도 가지각색의 이유로 갈수록 차곡차곡 늘어났다.

 

'회사에서 빡세게 일했는데 점심이나 저녁은 좀 비싼 거 먹어야 하지 않겠어'

점심은 비싼 동네에서의 외식+커피 한 잔이면 그냥 1~2만 원이 넘어간다.

보복의 마음으로 퇴근 후 족발, 보쌈, 치킨을 시킨다. 배민에서 원치도 않는데 나를 자꾸 승급시켜주려고 한다.


퇴근하면 이상하리만큼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 식사하면 8~9시, 씻으면 10시,

스마트폰 좀 보면 11~12시. 잠자기 아까워 꾹 참고 늦게 자고 일어나다 보니 택시를 탈 때도 많다.

그렇게 아침부터 몇 만 원이 쑥쑥 나간다.


회사에서의 야근과 업무 과다는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여파를 만들어낸다.

다른 비용을 좀 아껴보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제 스트레스 풀 곳이 없어 스트레스가 몸으로 간다.

병원비로 5~7만 원씩 한 번 나가버리면 귀여운 내 월급은 월급날 '까꿍' 하고 잠깐 인사했다가

다음 날 계좌에 들어가 보면 사라져 있기 십상이었다.


먹고살려면 이 정도는 필요하다


병원비를 결제할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올라 하루는 마음을 다잡고 도대체, 내가

어디에, 얼마나 돈을 쓰는지 정리해 봤다.


<내가 돈을 쓰는 내역>

월세

식비(회사 점심비 포함)

교통비(대중교통, 택시비)

보험료

배달비

병원비

기타(친구들 만남비, 데이트비, 꾸밈비 등)


거의 평일에는 직장에 살다시피 하다 보니 다른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썼다.

그나마 식비를 가장 많이 썼다. 아! 물론 택시비도 종종 나간다.

주말에는 피곤에 절어있어서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다 보니 만남비와 데이트비는

그 정도로 많이 나가지는 않았다. 꾸밈비도 처음에야 옷을 몇 벌 샀지만 그것마저 늘 입는 옷만 입다 보니

그 비용도 점차 많이 쓰지 않았다.


재테크를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자꾸 지출은 나간다.

답답한 마음이 자리잡던 어느 날, 동기 모임에서 동기가 큰 마음 먹고 제법 비싼 차를 구매했다.

우리는 축하를 해주면서도 동시에 놀릴 마음으로 누군가 차를 사면 항상 하는 그 뻔한 말을 해댔다.

"오! 차 멋진걸~! 회사 오래 다닐 생각인가 봐~!"


그렇게 동기들끼리 낄낄대며 다 같이 웃었다.

차를 산 동료도 함께 웃으면서 "이렇게라도 사야 회사 다닐 마음이라도 들지"

라고 응대했다.


이렇게 웃고 떠든 후,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일회용컵에 담긴 라떼를 빨대로 힘껏 끌어올려 마시며

 터덜터덜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점심시간은 참으로 짧구나 싶어 걷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을 많이 쓰면, 회사를 더 다녀야 해."

방금까지 한 대화에서의 맥락을 다시 인지했다.


돈을 쓰면 쓸수록 '회사를 다녀야 하는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래 맞다! 돈을 쓰면 더 회사를 다녀야 하는 것이다."

이런 두려움에 최대한 돈을 아껴 쓰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일상의 대화에서조차

이런 말을 하면서 왜 나는 또 잊고 있었을까.

그 뒤로 식비를 제외하고 다른 비용들은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문제는 고정비들이었다. 월세, 최소한의 교통비, 보험료, 통신비, 병원비 등

병원비가 고정비용이 된 것은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건 패스!

월세, 교통비, 보험료, 통신비는 안 나갈 수 없는 비용이었다.


먹고살려면 최소한 드는 비용들이 항상 있다.

'나 하나 먹고살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드는구나!'

특히 나는 당시 월세를 살고 있었기에 월세 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월세, 통신비, 교통비 등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쓰는 비용들이 거의 기본 70~80만 원을 넘어서니

이래서 어떻게 살아가나 눈앞이 먼저 깜깜해졌다.

그럼에도 아껴 쓸 수 있는 목록들을 샅샅이 뒤져주겠다며 이를 갈았다.


일단 먹고살려면 이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당장 무엇을 아낄지 보려면 내가 어떻게 돈을 쓰는지 살펴봐야한다.

스무 살이 넘어 난생처음 초등학생 때 잠깐 맛보기로 썼던  가계부를 다시 써보려고 시도했다.

어디서 아껴야하는지 알려면, 어디에 쓰는지부터 보고 하나씩 삭제해나갈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나의 이 큰 결심은 곧 있을 다음 이야기에서, 가계부 쓰다가 거품 물고 쓰러질 뻔한 사연으로 낱낱이 공개될 예정이다. (지금은 무려 5년 넘게 가계부를 쓴 재린이가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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