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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뷰티 Aug 07. 2024

가계부 쓰다가 거품 물고 쓰러질 뻔한 사연

직장 10년 차 분노로 시작한 재린이의 경제적 자유 달성일지 #4

재테크 책에서 그러는데 가계부 쓰라던디?


돈 쓸 시간은 충분하지 않지만 자꾸만 새어가는 돈 들은 줄줄 발생하고 있는 상황!

무언가 조치가 시급하다. 

급한 대로 읽었던 각 종 재테크 책에서는 <가계부 작성>을 추천했다.


가계부를 쓰다 보면 내가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돈을 줄일 수 있는지 방향성을 정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대한민국 암기식 교육을 무려 초, 중, 고 12년간 받고 자란 

전형적인 한국식 수험생이지 않았던가?!


그러니 또 시키는 대로 따라 해봐야지.

그렇게 우선 내가 쓴 내역을 가계부로 작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나 같은 파워 J형 인간은 그냥 아무 가계부나 보고 써보면 되는데 그게 또 안된다.


어떤 가계부를 써야 할지, 만약 종이로 쓰기로 했다면 종이 가계부는 또 어떤 걸 

사야 할지 이딴 걸 검색하고 앉아있다.

가계부 안 쓸 때보다 가계부 쓰기 시작하기로 결심한 시쯤부터 가계부 구매한다고 소비가 더 많아질 판이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가계부를 쓰는데, 가계부를 산다고 소비가 더 이뤄지는 이상하고 요상한 현상!


그래도 우선 가계부를 쓰기로 다짐했으니 내가 어떤 식으로 가계부를 써왔는지 그 히스토리를 함께 따라가 보자.

혹시라도 가계부를 쓰겠다고 다짐하신 분이라면 아래 히스토리를 읽어보고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도 좋다.

아니면 삽질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키득키득 되어도 이번 화만큼은 너그러이 넘어가겠다.


그대들의 삽질이 조금은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가계부 대 히스토리, 역사를(히스토리나 역사나 같은 말인데 있어 보이려고 또 씀) 살펴보자. 


가계부 쓰다가 거품 물고 쓰러질 뻔


우선 시간 단축을 위해 만약 지금부터 가계부를 쓰겠다고 다짐한 분이라면 

최근 3개월 동안 내가 사용했던 카드 내역을 다운 받아서 그걸 샅샅이 뒤지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3개월을 우리 집안에서 <내가 어제저녁에 다음 날 아침에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둔 빵을 누가 먹었나> 그 용의자를 찾듯이 샅샅이 뒤진다면 실제로 내가 어디에, 얼마나 돈을 쓰는지 무조건 확인 가능하다.


나는 이런 부분을 몰랐다. 재린이였기에 가계부를 쓴다고 생각하니 과거 가계부 내역을 살펴보기보다

지금부터 가계부를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현재 진행형 형식으로 접근했다.

그렇게 예쁜 가계부를 구매해 한 땀 한 땀 매일 가계부를 작성했다.


누군가가 매일 가계부를 쓰는 것을 보고, 나도 그렇게 썼다.

첫째 날은 잘했다. 둘째 날도 잘했다. 셋째 날은 까먹어서 넷째 날에 몰아서 썼다.

그다음 이야기는 우리 모두 알 것이다. 

과거 눈높이 교재를 미뤄보고, 선생님의 무서운 딩동딩동 소리에 급하게 눈높이 교재를 10장씩 풀면서 

내가 눈높이 교재를 푸는 건지 눈높이 교재가 나를 푸는 건지 알 수 없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그 뒤로 예쁜 가계부는 뒷부분이 쏴악 다 비어진 상태로 방 어디 한 구석에 처박혔다.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너무 아놀로그적인 감성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해

모바일 앱 가계부를 다운 받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앱 가계부가 얼마나 좋으면, 내가 카드 내역을 지출하면 바로 연동되어 

"어디에 사용하셨습니까?" 이렇게 물어보고는 '식비에 썼다'고 대답하면 자동으로 카테고리를 분류해 준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앱 가계부도 추천한다. 실제로도 몇 달은 요긴하게 잘 썼고, 

주변에 추천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렇지만 매일 작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회사 업무상 급하게 식사를 하고 올 때도 있고, 회사 동기들과 밥을 먹고 돌아와서 일하다 보면

어떤 날은 기록을 못할 때도 많다. 

그렇게 몇 번의 기록을 놓치다 보니 이제는 기억이 안 났다.

몰아서 쓰려고 해도 기억이 도무지 안 난다. 그렇게 앱 가계부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걸 기억하려고 하다가 머리가 터져서 오히려 스트레스받아 거품 물고 쓰러질 것 같았다. 

결국 두 가지 과제 모두 완수하지 못했다.


1. 왜 나는 가계부를 매일 안 썼을까 

2. 왜 나는 내가 쓴 내역을 기억 못 할까 


결국 매일 가계부를 쓰는 건 불가능했다.

주마다 가계부를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나란 인간은 굉장히 게으로기에 일단 그런 행위 자체는 나와 맞지 않다.

물론 이렇게 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비추천한다.


가계부를 매일 쓰는 행위 자체를 취미로 생각하고 좋아한다면 예외로 두겠다.

그렇지 않고 우리같이 회사 일, 집안일, 개인 일로 정신없는데 가계부라는 

새로운 업무까지 들어오게 되면 가계부고 뭐시고 확 마! 뿌셔버리고 싶다. 


한 달 딱 한 번, 엑셀 가계부로 정착!


그래서 나는 딱 한 달에 한 번만 시간을 내주기로 했다.

딱 한 달에 한 번, 가계부 쓰는 날!

아마 이렇게 날을 설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초 게으른 나에게 이것마저도 하지 않으면 10억이라는 꿈으로 달려가려는 

최소한의 의지마저 없어 보여 그 하루는 지키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엑셀 가계부를 만들어 작성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터넷을 떠돌며 엑셀 가계부 양식을 찾아 헤맸다. (이제 파워 J인 내 성격 알겠쥬?)

그러다가 그냥 내려놓기로 했다. 일단 대충이라도 써보면서 점차 양식을 완성해 갔다.

나의 엑셀 가계부 양식 (변동지출)

그렇게 엑셀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고, 결혼 한 이후에도 매달 꾸준히 작성하고 있다.

작성하면서 특이사항이나 수정해야 할 점은 그때그때 고치고 있다.

나의 엑셀 가계부 양식 (고정지출)


이렇게 가계부를 쓰니, 진짜 내가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월세, 식비 등 어느 정도 고정적으로 써야 하는 비용은 낮추기가 힘들었다.

이런 건 내려놓았다. 여기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가계부 쓰고 또 한 번 추가 거품을 물어야 한다.


사실 말은 이렇게 썼지만 이미 이걸로 여러 번 거품 물었다.

아껴 써도 계속 고정비가 나가다 보니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점차 10억은 요원해지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어차피 가계부는 써서 뭐 하나 다 써야 할 돈인데 이런 생각들로 잠식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모두 경험해 봤기에 이런 마음을 먹는 분들께 거품 물고 빡침 와도

진정하고 다시 가계부를 쓰는 것을 추천드린다.

가계부를 쓰다 보면 굳이 안 써도 되는 비용이나, 다음 달에 어떤 비용을 아껴 써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월세, 식비, 병원비 등 쓸 수밖에 없는 비용들이 있다.

그렇지만 통신료, 데이트비 등은 이번 달 많이 쓰면 다음 달에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자기 계발비도 이번 달 재테크 강의를 하나 들었다면 다음 달은 따로 듣지 않고, 복습하거나 유튜브나 책으로

대체해야겠다고 여길 수 있다.

즉, 최소한의 협상의 여지들도 분명히 있기에 소득, 지출, 투자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가계부를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부자들이 모두 가계부를 쓰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소소한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이라면 돈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가계부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

꼭 멋있거나, 화려한 가계부가 아니더라도 방향성만이라도 잡을 수 있는 가계부라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친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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