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자뷰티 Aug 14. 2024

피곤하면 거  택시 좀 타면 안 됩니까?

직장 10년 차 분노로 시작한 재린이의 경제적 자유 달성일지 #6

택시, 너는 나의 사랑


지난 화에서 가계부를 보면 내가 어디에 돈을 많이 쓰고, 어디를 줄여야 하는지가 보인다고 했다.

(지난 화 참고하기 : https://brunch.co.kr/@buzabeauty/43)


부자들은 절약을 한다. 가계부로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 확인했으니 이제 절약을 해야 한다.

그 첫 타자는 누구인가!


가계부에서도 나타났듯이 내가 습관처럼 타던 것이 있었다. 바로 '내 사랑 택시 ♡'

당시 우리 집은 회사에서 버스로 20~30분 거리에 있었다.

사실 이 정도 거리이면 택시를 타는 게 이상할 정도다.


그렇지만 모든 인간들이 변명과 사정은 있듯이 나 역시 변명과 사정 모두 다 있었다.

(모든 인간에게 변명과 사정이 있다. 처맞기 전까지!)

이 놈의 버스가 거의 20~30분에 한 번씩 오기에 얘를 놓치면 빼박 지각이다.

그럼 또 물을 것이다.

"일찍 나가면 되지, 그걸 못 나가서 거리도 별로 안 먼데 택시를 탄다고?"

"웅, 맞아 그래도 탐. 우짤래?"

그렇게 나의 뻔뻔한 대답이 뒤따라온다.


택시는 나의 사랑이다. 더울 때나, 추울 때나 그렇게 함께했다.


물론 택시비가 많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3~5천 원 정도.

문제는 이 돈이 쌓이다 보니 가계부를 보고 깜짝깜짝 놀랐다.

내가 택시를 이렇게 많이 탔다고? 믿을 수가 없어!


피곤한데 택시 좀 타면 안 됩니까?


추가 변명을 하자면 야근이 잦은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9~10시 퇴근하고 집에 오면 굉장히 피곤하다. 법카를 쓰라는 배려 따위는 없었던 그런 암흑기 부서에

있었기에 야근을 하고도 겨우 버스를 잡고 집에 돌아왔다.


알다시피 그렇게 집에 오면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씻으니 11시, 나만의 시간을 위해 스마트폰, 티비 좀 보다 보면 12~1시.

그럼 다음 날 겨우 지친 몸만 이끌고 일어난다.

버스를 놓치면 '어쩔 수 없구나' 하며 택시를 타는 그런 시나리오였다.


어쩔 수 없다.

힘드니까 어떡하냐

피곤한데 택시 좀 타면 안 되나?

이게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진짜 이것마저 못하게 하면 더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힘든 부서에 있다 보니 이때 만들어진 습관들이 자꾸 이상하게 뻗어 나간다.

그 10~20분 일찍 못 일어나서, 매달 10~20만 원씩 택시비로 깨지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직장인 만성피로라는 핑계로 택시는 야근 시즌이 아님에도 계속 탔고, 계속 돈은 물 믿듯이 빠져나갔다.

 

겨우 10~20만 원 택시비 가지고 그러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알다시피 내 급여는 정해져 있고, 나는 얼른 10억을 만들어야 한다.

10~20만 원도 월급 얼마 안 받는 직장인에게는 소중한 금액이었다.  


마치 전 남친 같은 존재인 '너'


가끔 그런 사람이 있다. 만나면 재밌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앞이 깜깜한 그런 사람.

더 충격적인 건 갈수록 만나도 재미는 모르겠고, 마음의 스크래치만 심해진다.

그럼에도 빠져나오지를 못한다.

이 연애가 고통스러운 것은 나도 알고, 내 친구도 알고, 우리 부모님도 멀리서 봐서 넌지시 아는 것 같은데

손을 놓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게 내게 택시였다. 손을 놓으려면 나의 마인드부터 생활방식까지 바꿔야 한다.

지금이야 나쁜 남자는 애초부터 시작도 안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어릴 때는 몰랐다.

그런 것처럼 택시비도 애초부터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택시를 탈 때의 편안함, 10~20분 더 늦게 잘 수 있는 여유가 있었지만 결국 다음 달 밀려올 카드 명세서를

돌이켜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한숨만 늘게 된다.


그런 전 남친 같은 존재였던 택시를 놓아주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택시를 진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잘 타지 않는다.

물론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의 경우에 택시를 타는 경우가 더 합리적이고 맞는 상황도 있다.


그렇지만 마치 택시를 개인 기사처럼 출퇴근마다 사용하는 이런 모습은 진짜 싸대기 100대 맞아도

할 말이 없는 그런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얘가 폭력적이야'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정도 말을 해줘야 나란 사람은 정신 차린다.)


그깟 택시 타는 것 가지고 혼자 오버하는 거 아니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그깟 것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그깟 거 모아서 얼마나 부자 되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깟 것도 모으지 않는다면 진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천천히 택시비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어떻게 처음부터 쉽게 멀어지나, 천천히 서서히 멀어져야 마음에 상처도 덜 받고

일상생활의 타격도 덜 받는다.


마치 나쁜 남자였던 전 연인과 헤어질 때 어떻게 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천천히 만남의 횟수를 줄여라. 연락의 횟수를 줄여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라.
그렇게 서서히 멀어져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멀어지게 되어도, 헤어지게 되어도 타격을 덜 받는다.


그렇게 서서히 멀어져간다


마치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지듯, 택시와 서서히 멀어져 갔다.

처음에는 거의 매일 타던 택시를 주 2~3회로 줄였다.

그렇게 줄이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했다. 일찍 못 자더라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서야 했다.


가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나 싶었다.

그만큼 아침 10~20분은 소중했다. 그렇게 1주, 2주 버텨가니

그렇게 내 통장 잔고에도 10~20만 원이 채워져 갔다. (오, 라임인가?)


웅녀가 마늘을 먹던 인고를 버텨내듯이 나 역시 인고의 시간을 거처 주 1회로 줄여나갔다.

그렇게 한 달, 3달, 6개월을 거쳐 천천히 줄여나갔다.

그래서 지금은?! 지금은 회사에서 일하다 갑자기 코로나 걸린 걸 알고 열이 38도가 넘을 때만

급하게 택시를 타고 집에 간다. 그런 일이 아니고서야 지하철과 버스를 애용 중이다.


이렇게 되는 데까지 최소 3~4달은 넘게 걸렸다.

이게 가능하냐고? 나같이 게으른 사람도 한 걸 보면 가능은 한 가 보다.


서서히 멀어지기 전략을 적극 추천한다.
나 같은 택시 러버가 있었다면 주 2~3회로 줄였다가 다시 주 1회로 줄여서
한 달 1회로 그렇게 줄여나가자. 은근히 보람차다. 믿어봐라! 진짜 보람차다.


그 돈을 아껴서 차라리 치킨을 사 먹어라. (응? 왜 말이 이쪽으로 가지?)

치킨을 사 먹어도 10만 원 넘게 돈이 저축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택시 러버들이여, 만약 출퇴근 택시를 개인 기사처럼 사용하고 있다면

나처럼 조금씩 서서히 멀어지도록 하자!


다들 나쁜 남자와 헤어져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결국 결말은 정해져 있다. 이별. 그 이별의 시기를 앞당기냐 뒤로 미루냐의 차이만 있다.


P.S.이렇게 10억 도전기 절약 프로젝트 하나인 택시비 멀어지기로 레벨 1로 업그레이드 됐다.

앞으로 나의 버라이어티 하고 진짜 고정비, 변동비를 줄일 수 있는 찐 슬프면서도 재미있는 방법들이

무한 방출될 예정이니 함께 채널 고정! 해보자.





이전 06화 오늘 하루만 10억 부자처럼 살아볼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