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10년 차 분노로 시작한 재린이의 경제적 자유 달성일지 #21
느리지만 목표점을 향해가는 거북이
나의 오열 사건 이후 남편은 내 눈치를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지난번 임장에서 '잘 못 걷는다는 이유'로 느껴야 했던 나의 자괴감은 꽤 오랫동안 마음속에 자리했다.
자괴감과 씁쓸함 속에서도 내 공부는 계속됐다.
처음에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몰라서 강의에서 배운 대로 똑같이 따라 하려고 했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점도 많았다. 나는 남들처럼 임장을 많이 다닐 만큼 강인한 체력이 있지도 않고,
머리가 엄청 비상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무엇을 공부하든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됐다.
책을 읽는 것은 자신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들은 훨씬 수월했지만 돌아다니는 체력은 도무지 따라가 주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었다.
주변 자산들이 계속 올라가서 마음도 조급한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따라 살 수도 없어,
그럼 얼른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것도 못 따라가니 조급함과 체력 그리고 이해력의 한계에서 오는 괴리감이
나를 더 갑갑하게 옥죄었다.
알다시피 세상은 돌고 돈다. 시장도 돌고 돈다.
영원한 상승과 하락은 없다.
어느 누구도 시장의 상승과 하락의 정확한 시기를 맞추지는 못했다.
누군가는 더 오를 것이니 사라고 했던 그 분위기도 점점 사그라들었다.
지나치게 과열된 시장은 신기하게도 어느새 예고도 없이 조금씩 조용해졌다.
그러자 내 마음도 조금씩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공부했던 방식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내게 맞는 방법으로 하나하나 변경해 가기 시작했다. 배운 것들 중 '굳이 이거까지?' 하는 것들은 날렸다.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네.'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은 내 방식대로 바꾸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단체 임장을 가거나 하지 않았다.
마음이 맞는 친한 친구와 <내 집마련>을 하고 싶은 지역 중심으로 단지 주변이나 환경을 살펴봤으며
이 과정에서도 하루에 5만보를 걷는 행위 따위는 하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1번 갈 것을 2번 정도 살펴보았고, 다른 공부들도 기초에 근거해 학습하되
내가 오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금씩 바꿔갔다.
<거북이와 토끼>의 달리기 경기에서 토끼들이 저만치 멀리 앞서나가 결승점에 들어가 있는 대신
나는 나대로, 내 방식대로 천천히 한 발 한 발 느리지만 목표점을 향해 걸어갔다.
어떤 길로 가든 시장만 절대 떠나지 마라!
시장이 점점 침체기를 달하자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갔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보이자 부동산 시장을 떠나갔고, 주식 시장 침체기가 오자 사람들은 주식
시장을 또 떠나갔다.
하락장이 오면 사람들이 떠난다고 이야기만 들었는데 실제로 그러했다.
누구보다도 더 열정적이고 열심히 하던 사람들도 떠났다.
'와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지. 직장도 다니면서 공부도 저렇게 하면 하루 3~4시간 밖에 못 잘 텐데
저게 가능한가.?'
이렇게 여겨졌던 사람들은 소수만 제외하고 거의 다 시장을 떠났다.
10명이 있다면 1~2명만 빼고 대다수 사람들은 시장을 떠났다.
시장을 떠났다는 말은 말 그대로 시장에 이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즐겨 듣던 재테크 강의들도 태도도 바꿨다.
예전에는 이러했다.
"매일 3시간씩 잠도 줄여가며 공부해야 해요."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다.
"하루에 30분만 한다는 마음으로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 해봅시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는 생각보다 급물살 타듯 달라졌다.
보통 시장을 떠난 사람은 2가지로 나타났다.
1. 시장이 하락했으니 더 떨어질 것 같아서 관심을 안 두는 사람
2. 시장이 하락했을 때, 혹은 그 부근에 이미 사서 추가로 재테크를 할 여력이 없는 사람
2번의 사람을 예로 들자면 내 집마련을 한 사람들 중 '이제 내 집을 하나 샀으니 재테크는 굳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시장을 떠나갔다. 인생에서 가장 큰 재화를 구매했고 돈이 남아있을 리가 만무했다.
돈이 없으니 재테크에 보이는 관심도 떨어져 나갔다.
나의 경우, 하락장에서 시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바라봤다.
목적지에 도착한 토끼들이 한 잔 하러 간 사이에 나는 느리지만 내 페이스에 맞춰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이게 기회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했다.
시장을 떠나지 않고 경제신문을 읽고, 관심 있는 집들의 시세를 보고, 매크로 경제를 홀로 공부하며
느리지만 내 기준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시장에 남아 있었다.
시장에 남아 있자 소위 말하는 서울의 삐까번쩍한 곳의 집을 구매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이 편히 다리를 뻗고 누울 안락한 집'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구매했다.
내 주변에도 시장을 떠나지 않았던 이들에게 좋은 소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와 친한 친구도 항상 전세살이로 마음 아파했는데 자신이 꿈에만 고대하던 아파트를 드디어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는 멈추는 한이 있어도 그만두지는 않는다!
내가 그렇다고 맨날 재테크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물론 대다수의 시간 동안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회사일이 바쁘면 아예 몇 주는 내려놓고 회사일에만 집중한다. 실전 투자를 해야 할 때면 그날의 재테크 공부는 패스한다. 실전 투자가 곧 재테크 공부니까.
건강이 안 좋을 때는 침대에 누워 잠만 잘 때도 있다. 주말 중 하루는 시체놀이도 부지기수다.
가족과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과 호캉스를 떠날 때면 '재테크가 뭐죠?' 하며 본체만체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모든 것이 끝나고 다시 일상에 돌아왔을 때 내 루틴을 지키려고 한다.
뒤에서 자세히 작성하겠지만 재테크 책을 읽고 이를 정리하고, 신문을 읽고, 칼럼을 보는 나만의 루틴들을 해나간다. 단, 내가 부담되지 않은 선에서 한정하여 진행한다.
6개월을 바싹 공부하고 그 뒤로 사라지거나, 혹은 1년을 미친 듯이 공부하고 20년 동안 아예 재테크 공부에
담을 쌓는 사람과 매일 하루 30분이라도 30년 넘게 한 사람과 비교를 한다면 개인적으로 후자가 시장이 주는 달콤한 사과를 먹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물론 장기적인 맥락에서는 크게 상통하는 개념은 있으나 내가 공부할수록 나의 생각도 달라지고 시장을 바라보는 눈도 변화한다.
셔도 좋다. 오늘 셔도 되고, 내일 셔도 되고 일주일간 셔도 된다.
회사일이 바쁘거나 개인적인 일로 한 달, 심지어 두~세 달간 셔도 된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 단 하나!
시장을 떠나지 말자.
그리고 멈추는 한이 있어서 손을 떼지는 말자.
나는 멈추는 한이 있어도 절대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