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인생 아는 척하는 에세이 #8
이모한테 물어봐
푹푹 찌는 무더위가 문을 열고 들어와 대 놓고 우리 집 거실에 자리 잡았다.
덥다, 선풍기로도 해결이 안 된다.
에어컨을 급하게 가동해 놓고 널브러져 쉬고 있었다.
날씨가 더우니 갑자기 단 게 땡긴다.
남편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음료를 사 오기로 했다.
최소 주문금액에 막혀 누군가는 이 무더위에 각오를 하고 나서야 한다.
그렇게 내가 터벅터벅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오게 됐다.
(평소에 가위바위보 못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하는 걸까? 나보다 더위를 더 타는 생존본능 때문인가?)
동네 저렴한 저가커피 가게에서 음료를 뽑고 길을 나서고 있었다.
귀여운 하츄핑 같은 공이 굴러온다. 한 손에는 음료를, 다른 한 손에는 공을 잡아
하츄핑 닮은 6살 남짓한 소녀에게 넘겨줬다.
뒤에서 따라오는 어머님이 나의 따뜻함에 한 마디 건네신다.
"감사합니다, 이모 해야지."
"감사합니다, 이모"
어색한 표정으로 '웅, 조심히 가.' 하고 더위 속에서 내 갈 길을 걸어간다.
몇 년 전만 해도 '언니'였는데 이제 '이모'로 승격됐다.
30대 초중반이지만 나름 동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모로 승격된 현실이 더위 보다 더 무덥게 느껴졌다.
아줌마라는 말은 너무 싫은걸
남편에게 음료를 건네며 이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자 남편이 웃으며 말한다.
"이제 아줌마지. 아줌씨!"
"그럼 오빠는 아저씨냐?"
"난 아저씨 맞고, 넌 아줌씨."
기분이 팍 상한다. 이모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아줌마는 싫다.
아직 30대인데 아줌마라니?
예전에 어디서 설문조사를 했다.
아줌마라는 말은 언제 들어야 하냐고. 내 흐릿한 기억력으로 4050대인 분들도 아줌마는 싫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냐, 어디 가서 보면 대학원생으로 알아."
이모까지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아줌마는 싫다.
아줌마라고 불렀을 때 좋아하는 여자 거의 없다.
그래서 나도 음식점에 가면 '여사님'이라고 부르거나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아직은 어리고 싶은 어른이
사실 30대는 젊다. 20대의 풋풋함은 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100세 인생에서 30대는 30%밖에
살지 않은 꼬꼬마 아이다.
직장 내에서 대리, 과장을 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 30대는 먼 인생으로 치면
어리고 귀여운 나이라는 말이다.
다행히 아직 바깥에서는 아줌마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저속노화 음식을 먹은 것이 도움이 된 걸까?
이모라는 말은 들어도 아줌마라는 말을 듣기에 30대는 어린 나이다.
40대 돼서 아줌마라는 말을 들어도 괜찮을까?
아직 40대가 안되어봐서 모르겠지만 지금 심정으로는 적어도 딱히 듣고 싶지 않다.
참 이상하게 아줌마라는 말이 나쁜 말이 아닌데 안 끌리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