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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인싸 한 번 돼 보려다가!

30대 중반, 인생 아는 척하는 에세이 #7

by 부자뷰티

@Pixabay

나도 인싸로 살아야 하나?


최근 직장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 직장은 참으로 보수적인 조직 중 하나였다.

공무원 조직도 아니면서 마치 공무원 조직처럼 팀장님 말씀에 아무 말도 못 하고,

휴가 쓰는 것도 눈치 보며 썼던 때가 있었다.


그런 직장 분위기가 요새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로 인해 저녁 회식은 곧 사라졌고

젊은 MZ 직원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할 말은 하고 살자!'는 분위기로 변화됐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휴가는 본인의 권리이니 당연히 써야 한다. 윗사람이 지시한 사항도 이거 진짜 아닐 경우 '아닌 건 아니다.'라고

의견 제시 정도는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물론 나는 윗사람 의견에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돌려 돌려 가며 설득하는 나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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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간에 모임과 화합도 잦아졌다.

비슷한 취미나 관심사가 있는 직원들 간 동아리 모임이 활성화된 것이다.

축구 모임, 독서 모임, 클라이밍 모임 등 여러 모임들이 속속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퇴근 후 이런 모임에 참석하는 MZ 직원들도 늘어났다.


참고로 놀랍겠지만 나도 MZ다. 30대 중반까지는 MZ다. 놀라지 마라.

MZ 끝무리에 들어온 동시에 집-회사-집-회사만 전전하는 나로서는 이런 변화가 신기하면서도

놀랍다.


'퇴근 후 동료들과 무언가를 한다니. 퇴근하고는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도망.. 아니 퇴근해야 하는 거 아냐.'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에 새롭기도 했다.

경력직이 많이 들어오는 우리 회사 특성상 신입이지만 나와 나이가 비슷한 이들도 제법 많다.

즉, 이들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데 나와 친한 회사 동기도 모임 활동 중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이런 모임에 동참하고 있으니

나도 무언가 참여해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감이 밀려왔다.

나도 너무 집에만 있나? 인싸처럼 이런 모임에도 참여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싸인 척, 한 달 생활해 보니


때는 한 달 전.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너무 덥지도 않은 5월 무렵.

나도 인싸로 한 번 살아봐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집순이인 나로서는 큰 결심이었다.


회사 동아리에 들어가는 건 당장은 피곤할 것 같고 먼저 인싸인 척 매주 약속을 잡아 보았다.

단계별로 인싸인 척 시작한 것이다.

알다시피 나 같은 사람은 하루는 카페 같은 곳에 나가더라도 (심지어 나가도 카페!) 하루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 (얼씨구나!)


그동안 바쁘다고 잘 만나지 못했던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소위 말하는 핫플에서 만나기로 했다.

용리단길, 문래 등 서울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며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1차 고비, 주말 사람들이 몰리는 지하철에서 40~50분가량 서서 가는 고통을 맛봤다.

'다들 생각보다 주말에 많이들 나가는구나.'며 다시 한번 놀라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좋다. 먼저 약속 잡아줘서 진짜 좋았어.


반가워하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진심으로 즐거웠다.

나가려고 준비하고 가는 길은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게 힘들었지만 (심지어 순례길도 안 가봄)

친구와 함께 한 시간은 즐거웠고 마치 내가 '진짜 인싸'가 된 것만 같았다.

4~5시간 동안 핫플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러나 2차 고비는 곧 찾아왔다.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 또다시 40~50분가량 인파들 사이에 끼어 유튜브 영상을 보며 돌아온다.

2025-06-18 14 40 25.jpg @Pixabay

한 달간을 주말 동안 쉬지 않고 약속을 잡았더니 그 결과는 인싸와는 거리가 멀고

몸살 비슷한 게 왔다. 몸이 아프지는 않지만 다음날 출근하려면 '뒤질랜드'가 펼쳐졌다.

진짜 피곤했다.


심지어 주말 내내 다 나간 것도 아니지만 쉽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은 소중했고 즐거웠고 추억거리에 하하 호호 떠드느라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도 몰랐지만 결론은 '힘들었다.'


나란 인간은 한 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한 주는 휴식을 해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판명 났다.

알고 있었지만 이번 테스트를 통해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달았다.


회사 동아리는 무슨 동아리. 절친들을 만나는 것도 힘든데.
나는 퇴근하고 곧장 집이나 갈래. 동료들하고 함께 하는 점심으로도 충분해 ^^


이렇게 결론 내렸다.

친한 동료들과 따로 점심 약속을 잡고 만나 여러 이야기로 떠들며 식사하는 시간만으로 내게는 충분했다.


아주 잠깐이나마 회사 인싸들이 부러운 적이 있었다.

퇴근하고 회사 동료들과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더욱 친밀한 관계를 쌓는 것만 같아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진짜 관심 있는 동호회가 있으면 들겠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알게 모르게 '인싸가 돼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과 잠깐의 자격지심'이 발동한 것이다.


나는 그냥 나대로 편하게 살고자 한다.

핵인싸가 아니어도 서로 언제든 힘이 되는 친한 동료들이 있고, 매주 만나지는 않아도 매일 메신저로 소통하고 1년에 1~2번 만나도 끝없이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

여기에 만족하면서 내 일상을 채워나가려 한다.


결론 : 인싸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냥 나대로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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