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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것저것 Aug 17. 2022

[독후감]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브래디 미카코의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제목만 보고 동양인 외모와 체구를 가진 아이가 억압받는 내용을 예상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그렇게 어두운 내용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머금고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가벼운 주제를 다루진 않는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사회 문제들 - 국가, 인종, 교육, 소수,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화두를 생각을 하게끔 해준다. 재밌었던 점은 아이를 통해 작가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우리에게 직접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이가 정체성과 씨름함에 따라 나도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머릿속에서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중요한 건 "누군가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인 것 같다. 익숙한 표현이다 했더니, 책장에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라는 책이 꽂혀있었다. 플라이북이라는 독서 SNS에서 매달 한 권의 책을 받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지난 4월 받은 책이 동 작가인 브래디 미카코의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였다. 이 책은 '엠퍼시'에 초점을 맞춘 책인데, 조금 더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는 편이다. 엠퍼시가 세상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관점이 너무 이상적이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플라이북 책 구독, 두 번째 책

#2.

'공감'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회사 사람 중에 가장 친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동기 형인데, 내가 아는 사람 중 공감 능력이 가장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형은 본인의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퍼주곤 한다. 나랑 정말 다른 성격이라 어떻게 이러지 싶었는데, 같이 친하게 지내다 보니 이런 성격도 꽤 괜찮은 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에 여러모로 세상이 '파편화'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들 자신과 주변 사람들 챙기기도 바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산다. 이렇게 개인주의가 커진 사회에서 형과 같은 성격도 괜찮지 않을까.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데, 결국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행복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에서 '엠퍼시 착취와 자기 상실'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한 엠퍼시를 가진 사람은 편견 없이 사물을 보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말이다. 작가는 이런 엠퍼시는 흑화한 거라고 말하며 지배를 거부하는 '아나키'적인 마음을 품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잡생각만 많아지는데, 나도 라이프 스킬 교육을 받아보고 싶다.



#3.

 스튜디오 렌카의 전시, <I'm Working on Leaving>이 떠올랐다. 이방인을 주제로 한 전시였는데, 이 책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영국 사회 속의 동양계 아이, 분명 이방인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삶을 이끌어 나간다. 책장을 펼칠수록 오히려 아이에게 '인싸' 냄새가 폴폴 난다. '자유'를 잃지 않는 한 다수 입장이든, 소수 입장이든 행복할 수 있다고 느껴진다. 스튜디오 렌카,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고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인 아이까지, 닮고 싶은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4.

작가는 아들의 중학교를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덕분에 영국의 교육 체계를 맘껏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교육하고 비교하게 되었다. 이미 수능의 위치를 공고한 상태에서 큰 교육 개혁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여러 나라의 좋은 모습은 본받았으면 좋겠다. 책에도 나오지만, 뮤지컬이나 연극 수업, 그리고 밴드 같은 동호회 활동이 훨씬 더 풍부해지길 바란다. 공감, 사회성, 그리고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이만한 게 없는 것 같다!


 교육하니 또 생각난 건데, 최근에 '강남 8학군'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대화를 나눈 상대는 자녀를 반드시 8학군에 보내겠다고 했다. 공부도 공부지만, 주변 환경이 달라서 괴롭힘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했다. 지방에서 초, 중, 고를 나온 입장에서 편견이라고 반박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분의 입장에 공감을 많이 해서 적잖이 당황했었다. 내가 오히려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걸까. 조금 더 살아가다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5.

 이 책을 읽고 원래 독서 토론에 참가할 계획이었는데, 몸이 좋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 볼 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참 아쉽긴 한데, 그래도 책을 읽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지. 찾아 보니 후속편도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읽을 책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엄두가 안나는데... 나중에 읽어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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