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9 킥오프 미팅
어디서부터 시작이었을까?
'R Better Goods'의 시작을 말하기 위해서는 내가 창고살롱을 만나게 된 과거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온라인 지인이 소개한 창고살롱.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고민하는 여성들의 온라인 멤버십 커뮤니티, 창고살롱"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으면 이곳으로 가라던 그녀의 말에 무작정 등록을 했다.
온라인 세계라는 낯선 세계에서 만난 그녀들은 처음엔 나와 비슷한 사람으로 느껴져서 반가웠다. 하지만 알수록 나와는 다르게 대단한 사람들이었기에 거리감이 느껴져서 떠나려고도 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게 되었다. 그들과 함께 나누던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쌓이면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친구가 되었고 동지가 되었다.
컴퓨터 화면 상 얼굴이지만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미소를 가진 그들.
슬플 땐 함께 울먹여주는 그들.
우린 그렇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창고살롱에 가입한 이유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오랜 경력 단절을 벗어나기 위해 시작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처음 참여한 2기는 조급함에 빨리 무언가를 찾기에 급급했다면 기대 없이 참여한 3기는 나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이해하고 나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의 서사가 레퍼런스가 되는 곳이란 창고살롱에 걸맞게)가 진심으로 와닿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변하고 있었다.
그런 변화 속에 있었으니, "나의 해시태그" 소모임에서 조은애 님이 창고살롱 굿즈가 있으면 좋겠다고 지나가듯 한 말을 내가 잡아챌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뒤로 나는 은애 님에게 졸랐다. 같이 굿즈를 만들어보자고.
‘나의 해시태그’를 뽑아내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으니 그걸로 워크북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사실 이때 혼자 상상하며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모른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었다.) 하지만 이미 자기 계발용 워크북은 많이 나와 있었고 오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좀 더 간단하게 창고살롱 멤버들이 쓸 수 있는 노트와 스티커를 만들어 보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창고살롱지기 혜영 님, 인성 님과 이야기하면서 조금 더 프로젝트가 확실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창고살롱 굿즈 프로젝트'는 3.5기(계절학기)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3월 9일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일. 우리는 줌으로 킥오프 미팅을 하였다.
3.5기가 끝나기 전에 완성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시달린 나는 간단한 리서치까지 준비하여 참여하였다. 먼저 말을 꺼냈기 때문에 책임감도 느꼈고 시작하면 Go! 하는 급한 성격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혜영 님의 차분한 진행으로 우리는 과정을 즐기며 차근히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References' Better Goods라는 멋진 이름도 지어주셨다. (멋진 디자인 그룹 Mo Better Works를 벤치마킹한 이름. 후에 콜라보할 날이 오면 좋겠다.)
임신을 준비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해오면서 나는 내 이름이 잊히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에 늘 괴로웠다. 그런데, 모든 건 조급함이 사라지면 나타난다고 창고살롱에 조용히 스며드니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혜영 님, 나, 은애 님, 랄라 님 이렇게 넷이지만. 옆에서 기꺼이 도와줄 멤버분들이 있어 (내가 잘할지) 걱정이 되면서도 든든하다.
2기 때는 내가 미운 오리 새끼 같았고
3기 때는 내가 백조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얻었고
3.5기 때는 함께 날아오를 백조들을 만났다.
우선, 작게 스티커부터 시작하시지만 (작게 스티커라고 했지만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창고살롱에 맞게 친환경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창고살롱만의 가치를 담은 꼭 필요한 굿즈로 확장되길 고대한다.
그리고 우리가 해 낼 것을 믿는다. (나에게 거는 주문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