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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꽃 Apr 18. 2022

두 번째 미팅. 방향성 잡기와 적응기

2022.03.31

3월 13일 일요일. 잘 놀고 잘 먹던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늦은 오후..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던 열이 밤이 되니 39도 가까운 고열이 되었다. 집에 있던 해열제로 힘든 밤을 겨우겨우 버텨냈다. 다음날, 신속항원 검사를 하고 있는 소아과에서 코로나임을 확진받았다. (집에서 자가 키트를 하고 갔는데 두 줄을 봤기 때문에 각오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순차적으로 확진되어 총 격리 기간이 2주가 되었다.



아이는 3일 고열이 나더니 그 뒤로는 코막힘 정도의 증상만 보이고 금방 회복되었다. 그 뒤로 내가 몸살, 기침, 두통 등 다양한 증상을 앓았다. 증상이 없어서 슈퍼 항체임을 자랑하던 남편은 뒤늦게 확진되어 우리 가족의 격리 기간만 늘려주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격리되면서 집순이인 아이도 힘들었는지 (엄마 아빠가 뒤늦게 아프니 아이를 텔레비전 앞에 내내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놀이터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이가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걸 만 4세인 지금까지 두 번 정도 들었기에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에 미리 계획되어 있던 RBG 두 번째 미팅 날짜가 다가왔다. 나의 확진 소식에 혜영 님이 무리하지 말라며 먼저 미팅을 미루자고 하셨고 난 죄송했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두 번째 미팅은 3월 31일로 연기되었다. 아이가 아프고 내가 아프고 남편이 잇달아 아프면서 준비하기로 했던 자료는 점점 늦어졌다. 미팅 날짜가 다가올수록 어찌나 속이 타던지. 오랜만에 느끼는 압박감이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편히 산 게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는 감기약 덕분인지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약 덕분에 틈틈이 자유시간이 생기면서 조금씩 자료를 준비해 나갈 수 있었다.


스티커라고 쉽게 생각했는데(내가 해야 할 R&R이 친환경 스티커에 대한 리서치였다.) 파면 팔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서 놀랬다. 리서치를 하면서 더 파고들어야 하나 그만 파고들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에서 STOP! 을 외쳤다.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나의 인정 욕구가 마구 솟구칠 때마다 창고살롱 객원지기 찬이 님이 해주셨던 "잘하려고 하지 말라"라는 말을 떠올리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음을 다졌다.



하지만 첫 미팅 때 이야기를 나누었던 (지속 가능한) 친환경 스티커에 대한 리서치를 하면서 내 리서치 방향이 맞는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친환경 스티커로 접근하니, 소재가 친환경인 사탕수수지나 크라프트지, 재생지 등 만 눈에 띄었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의견을 구했고 랄라님이 주신 의견(잘 제거되는 리무버블 스티커 : 리무버블 스티커는 뗄 때 깨끗하게 제거되는 스티커이다. 소재 자체는 친환경 소재가 아니지만 유리병이나 페트병에서 깨끗하게 제거된다는 점에서 재활용을 용이하게 해 줌으로써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에 따라 전체적인 방향을 수정하고 내용(스티커 용지 종류, 제작 방식, 참고할 아이디어로 분류하여 정리)을 좀 더 폭넓게 추가할 수 있었다. 이래서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더 즐겁고 든든하다. 외롭지 않고.



두 번째 미팅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그간 지내온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준비한 내용을 공유했다. 무엇이든 먼저 매 맞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성격 급한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스티커에서 친환경이란 결국 동판을 만들지 않는 디지털 인쇄 기법을 사용하는 것.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나눴다.





TMI.

스티커에도 친환경의 바람이 부는지 사탕수수로 만든 사탕수수지 스티커도 제작되고 있으며 재생지를 사용한 스티커도 제작 가능하다. 단, 종이 재질이기 때문에 찢어지기 쉽고 물에 닿으면 쉽게 젖는 단점이 있다.

스티커 자체 재질이 친환경이라고 해도 스티커가 붙어져 있는 뒷면(이형지)은 친환경 소재가 아니다.





그리고 그동안 창고살롱 멤버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 중에 함께 공유하면 좋을 문장들도 공유했다. 그림 위주의 스티커만 주로 접하고 사용하다 보니, 메시지를 가진 스티커를 만든다는 것이 아직은 낯설고 어렵다.



스티커로 만들어져서 붙여질 경우 어떤 문구들이 좋을지(멤버들이 보기만 해도 그 상황이 떠오르는 글이라든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글)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각자 시즌 1,2,3 나눠서 고민해 보기로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집에 굴러다니는 스티커가 제법 많다.

가장 쉽게 접하고 많이 사용되고 쉽게 버려지는 스티커.  

작고 하찮을 수 있지만 이 안에서도 많은 고민과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이런 과정과 과정 끝에 나올 창고살롱 스티커. 어떤 모습일지 너무 기대되고 궁금하고 걱정도 된다.



내가 상상하고 꿈꾸는 화려한 모습이 아닐지라도 함께 하는 사람(과정)들이 즐겁고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행복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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