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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병우 Feb 08. 2019

11. ABC 트레킹 준비물 - 옷, 장비

중력과의 투쟁에 대비하여

필리핀 골프 여행에서는 매일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어야 했기 때문에 빨래를 어떤 사이클로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옷을 준비했고 때로는, 갈아입을 옷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음식은 별로 문제가 안됐다.


남미나 모로코, 캄챠카, 바이칼에서는 비교적 쌀쌀한 날씨여서 땀이 많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도 있었다. 음식의 경우 나는 현지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지만, 같이 간 친구가 워낙 한식이 아니면 힘들어해서, 나는 대충 묻어갈 수 있었다.


필요할 것 같아서 가지고 갔지만 돌아올 때까지 한 번도 안 입고 그대로 다시 가져오는 옷도 있었고, 바리바리 싸가지고 갔다가 돌아오는 날까지 다 먹지 못하고 그냥 가져오는 일도 있었다. 그냥 여행이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트레킹에서는 가이드겸포터가 일부 도와준다지만 나머지 짐을 온전히 나의 근육이 책임져야 하기에 이번에는 다른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속옷과 겉옷으로 구분하던 옷의 분류 기준을 보관방법별로 바꿨다. 1) 트레킹 중 입을 기본 옷과 날씨 변화에 대비한 옷, 2) 당일 트레킹을 끝내고 롯지에서 휴식 중에 입을 옷, 그리고 3) 트레킹 종료 후 Nepal 또는 태국에서 입을 옷, 이렇게 3가지로 구분했다. 1)은 내가 입고 나머지는 내 배낭에 넣고 간다. 2)는 가이드 배낭에 넣어 롯지에 도착해서 받으면 된다. 3)은 아예 별도로 포장해서 트레킹 출발 전에 여행사에 맡기고 간다.


트레킹 중에 입을 옷은 머리, 상체, 하체, 발로 구분하되 해발고도 2500m 이상의 영하의 날씨에서 트레킹 할 때 입을 옷과 그 이하 고도에서 입을 옷을 적절히 섞어서 구성한다. 땀으로 젖는다고 해도 롯지에 도착하면 속옷을 갈아입은 후 땀에 젖은 옷은 말려서 다음 날 다시 입는다고 가정하고 준비한다.


트레킹 첫날의 목적지는 Chhomrong이고, Chhomrong은 해발고도 2100m 수준이어서 낮 최고기온이 영상이다. 첫날은 늦가을 수준의 복장으로 상의는 흡한속건 반팔 셔츠 위에 가을 등산복을 입고, 하의는 기능성 쇼츠 위에 가을 등산복을 입고 출발한다. 부실한 무릎을 위해 무릎보호대와 등산 스틱은 매일 기본으로 착용한다. 배낭에는 플리스 재킷과 경량 패딩을 넣고, 운행 중 잠시 휴식할 때는 꺼내 입는다.


해발고도가 2500m를 넘어가는 지역을 운행하는 둘째 날에는 베이스레이어로 위아래에 긴팔 흡한속건 내의를 입고, 그 위에 가을 등산복을 입고 출발한다. 2/6부터 내린 눈이 여기부터는 쌓여 있을 것 같다. 스패츠, 아이젠을 꺼내기 쉬운 곳에 넣는다.


세째날에는 해발고도 3200m 이상이기 때문에 위아래 긴팔 흡한속건 내의를 베이스레이어로 입고 그 위에 겨울용 등산복을 입고 출발한다. 스패츠, 아이젠은 출발부터 착용해야 할 것 같다.


Deurali를 출발해서 ABC를 향해서 가는 넷째 날에 MBC를 지난 후부터는 고도가 높아서 산소가 희박하기 때문에 몸에 열이 날 정도의 속도로 걷기는 힘들 것 같다. 베이스레이어 위에 보온 레이어로 내의를 하나 더 입고 출발한다. 천천히 천천히..


매일 롯지에 도착하면 우선 땀에 젖은 속옷을 벗고 마른 속옷으로 갈아입는다. 두꺼운 구스다운 패딩 재킷을 서울에서 가져가려고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압축롤을 샀지만 아무래도 부피가 커서 부담이 된다. 롯지에서 입을 두꺼운 구스다운 패딩 재킷과 패딩 바지는 필요하면 Pokhara에서 렌트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ABC에서 잘 때는 예상 최저기온이 영하 20도다. 손, 발, 머리까지 끼고, 신고, 쓰고 슬리핑백 안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파쉬 물주머니와 날진 물통, 핫팩까지, 동원 가능한 열원은 뭐든지 써서 슬리핑백 안을 덥혀야 한다.


이런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운행 중 입을 옷으로는 흡한속건 반팔 셔츠 2장, 흡한속건 쇼츠, 흡한속건 긴팔 상하 내의, 얇은 상하 내의, 가을 등산바지, 겨울 기모 등산바지, 가을 등산 집업 셔츠, 겨울 기모 등산 집업 셔츠, 플리스 재킷, 경량 패딩, 고어텍스 재킷을 챙겼다.


손발 머리의 보온을 위해서 쿨맥스 양말, 울양말 3켤레, 반장갑, 폴라텍 장갑, 플리스 장갑, 방수 장갑, 버프, 바라클라바, 챙 달린 등산모자, 군모, 귀마개를 챙겼다. 등산화는 중등산화에 깔창을 약간 더 쿠션감 있는 메모리폼 깔창으로 교체해서 가져간다. 등산스틱, 헤드랜턴, 아이젠, 스패츠, 무릎 보호대는 기본이다.


따뜻한 수면을 위해서 현지에서 두툼한 슬리핑백을 하나 렌트하기로 했고, 슬리핑백안에 쓸 쿨맥스 소재의 라이너, 히트텍 내복 상하의, 비니, 목토시, 수면 양말, 붙이는 핫팩, 손난로를 챙겼다. 편안한 수면을 위해서 공기주입식 베개를 준비했다. 롯지 룸의 냄새를 대비해서 향도 몇 개 챙겼다. 그리고 슬리퍼도 하나 챙겼다.


물통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최종 결론은 수낭을 포기하고 1l 물통과 500ml 보온병, 그리고 파쉬 물주머니를 가져가기로 했다.


음식은 1) 트레킹 중에 먹을 행동식과 2) 비상 상황에서 먹을 비상식, 3) 롯지의 음식으로 풀지 못하는 한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음식으로 구분했다. 1) 행동식은 7일분을 준비하고 내 배낭에는 매일 1일 분만 챙겨 넣고 나머지는 가이드 배낭에 넣는다. 2)는 1일분을 항상 내 배낭에 넣고 다닌다. 3)은 가이드 배낭에 넣고 롯지에서 필요할 때 사용한다.


행동식으로는 초코바, 25g씩 포장된 견과, 돼지고기 육포, 포도당 캔디, 호올스, 이온 음료 가루, 생강차, 커피믹스를 준비했다. 비상식으로는 파워젤을 챙겼다. 한식으로는 누룽지와 갓뚜기 사골우거지와 버섯해장국을 챙겼다.


이것들을 캐리어와 배낭에 담아보니 캐리어 16kg, 배낭 9kg으로 합계 25kg이다. 캐리어 무게를 빼고, 트레킹에 필요 없는 것들을 여행사에 맡긴다고 해도 최소 18kg이 되며, 가이드겸포터에게 맡기는 8kg을 빼도 여전히 10kg이 내 몫이다. 내 인생의 업보가 너무 크다. 10kg을 5kg으로 줄이는 것은 단순히 양을 줄이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넣고 빼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이게 없으면 생명에 위협을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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