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병우 Feb 11. 2019

12. Nepal을 향하여

Pokhara 도착

배낭 메고 캐리어 끌고 현관문을 열었더니 문 앞에 주문했던 40l 배낭의 택배 상자가 도착해 있다. 45l TravelMate 배낭은 여행용이라서 다소 거추장스러워서 등산용으로 조금 작고 심플한 배낭을 산경표에 주문했었는데 해외배송이라 늦어져서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 설 연휴를 넘겨 도착한 것이다. 짐을 다시 풀고 쌀 시간은 없어서 일단 캐리어에 쑤셔 넣고 출발했다.


방콕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간다. 시원찮은 무릎이 잘 버텨 줄까? ABC까지 갈 수 있을까? 날씨가 도와줘야 할 텐데..


방콕행 비행기에 탑승하니 옆자리의 인도 청년은 청력에 문제가 있나 보다. 앞자리의 친구와 얘기를 나누는데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 목소리가 우렁차다. 인천공항에서 Bangkok까지 6시간을 저렇게 떠들고 가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밥 먹고 난 후에는 조용히 잔다. 나는 흥분한 탓인지 잠도 안 오고 영화 2편을 때리니 현지 시간 새벽 2시. 어느덧 방콕 도착이다.


수완나품 공항에서 9시간의 긴 대기시간을 보내야 해서 캡슐 호텔을 예약하려다가 가성비가 낮아서 안 했다. 6시간 동안 참았던 흡연욕구 해소를 위해 흡연실을 찾았으나, 아뿔싸 2/3부터 수완나품 공항의 모든 흡연실을 없애고 공항 건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만들었단다. 본의 아니게 20시간 금연을 하게 됐다. 이 큰 국제공항에 야간 Transit 승객을 위한 취침용 의자가 안 보인다. 그냥 라운지에서 버티기로 하고 라운지의 리클라이너 의자를 차지하고 한숨 잤다. 라운지 사용 시간 2시간을 넘기니 다른 라운지에서 한번 더 계산하고 오란다. 그렇게 2번 첵인하고 아침까지 버텼다.


그리고 이어지는 Bangkok에서 Kathmandu까지 3시간 반, 옆 자리에 앉은 독일 여자애는 네팔에서 30일을 체류할 예정인데, 아직 뭘 할지 결정 안 했단다. 그래 그게 진짜 자유여행이지.. 창가 자리에 앉은 일본 청년은 꼼짝 않고 잠만 잔다. 카트만두 상공은 구름이 잔뜩 끼어 산 봉우리나 능선이 안 보인다. 트리부반 공항에 착륙할 비행기가 많아서 공항 주변을 3바퀴나 돌았다. 그래도 설산이 안 보인다. 착륙지점에 거의 다 왔을 때 스카이 라인이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냈다.

네팔의 도착비자는 2주 전에 온라인으로 신청한 덕택으로 비자 신청 KIOSK의 긴 줄을 피해 Visa Fee 내는 줄로 바로 가서 15일짜리 관광비자에 $25을 내고 영수증을 받았다. 입국심사 줄에 서서 비자받고 비교적 빨리 나왔지만 한꺼번에 비행기가 여러 대가 들어와서 그런지 짐 찾는 컨베이어 앞이 거의 아수라장 수준이다. 그래도 짐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짐을 찾아 나와서 마중 나오기로 한 (주)포카라 직원을 찾아 둘러봤으나 안 보인다. 국내선 출발 시간까지 여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서둘러 국내선 청사까지 카트를 밀고 갔다. 국내선 청사까지 10여분을 가는 동안 참았던 담배도 한대 피웠다. 다른 데 같으면 바깥에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있을 법한데 네팔에는 이상하게도 담배 피우는 사람이 별로 안 보인다.

여행사에서 받은 예약증을 보여주고 국내선 탑승권을 받아 들고 급히 게이트 앞으로 갔다. 14:30이 넘었는데도 13:50 비행기가 아직도 탑승을 안 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 네히트를 찾아보니 오늘 오전 Kathmandu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큰 비가 와서 Kathmandu에서 출발하는 국내선 항공편이 모두 연기되고 있다고 한다. (주)포카라 여행사의 담당자 나보영 씨가 처음에 14:00편을 예약해 줬었는데, 내 생각에 시간이 너무 촉박한 듯하여 늦은 시간으로 바꿔 달라고 했던 거였다. 아마도 이렇게 연발하는 게 일상인 모양이다. 15:30에 14:00 비행기가 떠나는 데도 내가 탈 비행기는 소식이 감감하다. 여행사 말을 들을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예정시간에서 2시간이 지나서 16:50에 탑승을 했다. 24인승 경비행기에 한국사람 예닐곱 명을 포함해서 열댓 명이 탑승을 했다. Kathmandu에서 Pokhara 가는 비행기는 맑은 날이면 오른쪽 창가에서 히말라야의 유명한 봉우리를 다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완전 꽝이다. 부르카를 뒤집어쓴 아랍 여인네 얼굴처럼 짙은 구름 사이로 구름인지 설산인지 감질만 난다.


Pokhara 공항에 마중 나온 여행사 직원의 안내로 호텔에 첵인하고 거리로 나왔다. 내일 은행에서 환전할 생각이었는데 은행은 10시에 시작해서 은행에서 환전하고 출발하면 너무 늦는다고 한다. 몇 군데 사설 환전소를 둘러보다가 조금이라도 좋은 환율로 환전하는 곳에서 $300를 바꿨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인터넷에서 검색해 놓은 가성비 좋은 스테이크 하우스, 내일부터는 에너지 소모가 많을 테니 영양보충부터 시작했다.


오늘의 그림일기 ‘포카라에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1. ABC 트레킹 준비물 - 옷, 장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