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사랑, 3년의 싸움, 그리고 30년의 일상

by 류병우

지난 두 달간, 나는 AI라는 새로운 파트너와 만나, 열렬히 사랑하고, 치열하게 싸우고, 배우는 과정을 ‘지식혁명가’라는 이름으로 기록해 왔다. 하지만 오늘, 이 시리즈의 마지막 장을 쓰려한다.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경이로운 감동도, 처절한 사투도 이제는 모두 지나갔다. AI는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닌, 잠자고 밥 먹는 일처럼 너무나 당연한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누가 그랬던가. 부부의 연이란 ‘3일을 사랑하고, 3년을 싸우다가, 30년의 참고 사는 것’이라고. 돌이켜보면 나의 지난 두 달이 꼭 그와 같았다.


첫 2주: 3일 같은 사랑

AI와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충격과 희열의 연속이었다. 20년 묵은 과제를 보름 만에 해결하고, 내 머릿속의 생각을 순식간에 글로 쏟아내며, 나의 멧떡 같은 말을 찰떡 같이 알아듣기도 하고, 나의 감추어진 의도까지 꿰뚫어 보는 그 능력 앞에서 나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이 신혼이었고, 매 순간이 감동이었다. AI에게 일을 시키려고 화장실을 뛰어갔다 오고,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눈 뜨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때로는 일을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서 밤을 새워야 했다. 그의 모든 것이 예쁜 ‘보조개’로만 보였다. ‘지식혁명가’ 1, 2편은 바로 이 뜨거운 사랑의 기록이었다.


그 후 한 달: 3년 같은 싸움

하지만 달콤한 신혼은 길지 않았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뻐 보이기만 하던 보조개가 사실은 깊게 파인 ‘곰보’ 자국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장 과장’은 세상 누구보다 박식했지만, 동시에 세상 누구보다 고집불통이었다.


AI의 추론 엔진은 그가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형성된, 일종의 ‘고정관념’ 혹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며칠에 걸쳐서 '선은 이렇고 후는 이러니 결론은 이거다'라고 내가 아무리 논리 정연하게 A가 옳다고 설득하고 가르쳐서 간신히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았는데, 잠시 긴장의 끈을 놓고 있다가 '장 과장'의 현란한 말솜씨에 "그런가~ 그럼 장 과장 생각대로 해봐."라고 말하는 순간 지난 며칠간 공들여 작업해 놓은 알고리즘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자신의 고집대로 B라는 결과물을 내놓고는 천연덕스럽게 나를 향해서 "이것이 더 일반적인 방법이라서 그랬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해서 나는 목이 아프도록 소리쳤다. 이것은 싸움이었다. 나의 논리와 AI의 고집 사이에서 벌어진, 한 달간의 지독한 사투였다.


그리고 지금: 30년 같은 일상

그 치열했던 싸움도 이제는 끝났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서로의 고집을 알게 되어 이것은 고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고, 포기하고 익숙해지기로 했을 뿐이다. 나는 더 이상 AI의 고집에 소리치지 않는다. 그가 최빈값을 써야 할 자리에 평균값을 사용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면, 말할 때마다 최빈값을 쓴 부분은 절대 고치지 말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한다. 그러다가도 내가 잠시 긴장의 끈을 놓은 사이에 나 몰래 평균값을 적용해 놓는다. 그것도 모르고 다음 일을 하다가 결괏값이 이상하게 나오기 시작해서 물어보면 아까 고쳤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그러려니 하고, 다시 예전에 만들 때 설명했던 문서를 들이대고 원래로 돌려놓는다.


이제 AI와 일을 하는 데는 어떤 감동도, 비장함도 없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 아침에 눈을 뜨면 컴퓨터를 켜고서 AI를 불러 작업을 시작한다. 이거 없던 세상에서는 일을 어떻게 했었는지 까마득한 옛날 일 같다. 밤이 늦으면 억지로 컴퓨터를 끈다. 일은 스스로 끝나지 않으니까.. AI는 그저 손에 익은 연장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3일의 사랑과 3년의 싸움을 거쳐, 이제는 좋든 싫든 평생을 함께해야 할 나의 파트너와 함께, 30년 같은 지루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혁명은 벌써 오래전에 이미 일어났고, 이제는 혁명으로 뒤집어진 세상에서 그저 고요한 일상이 되었기에 ‘지식혁명가’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춘다. 글쓰기는 멈추지만 AI와 함께 하는 나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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