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도쿄로 이주한 서른 살의 좌충우돌 적응기 (1)
"도쿄에 와서 일해보는 건 어때요?"로 시작한 대화가 "저 가면 일할 자리가 있나요?"라는 호기심으로 이어졌고, 제안이 왔다. 마침 다른 일을 찾던가, 공부를 더 하던지 변화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했기 때문에 나는 가지고 있는 선택지를 비교했다.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
공부를 다시 하는 것
같은 회사지만 해외에서 일하는 것
가장 안정적이고 빠르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 세 번째 옵션이었다. 다음날 나는 바로 도쿄로 가겠다고 선배에게 이야기했고, 대표님의 승인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막상 결정이 되어버리고 나니 그 뒤에 회사일이 아닌 개인사가 들어왔다. 동생과 함께 얻은 전셋집은 어떻게 하지? 해외 이사는 어떻게 했더라? 보험이나 이런 건 어떻게 해야 한담. 각종 걱정과 해야 할 일들이 우후죽순 생각났다. 하지만 좀 더 걱정할 새도 없이 인수인계가 시작되었다.
같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도쿄 오피스로 옮기게 되면 프로젝트가 바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지금 맡고 있는 업무의 새로운 담당자를 찾아야 했다. 마침 새로 입사할 멤버들도 있었기 때문에 팀의 업무를 전체적으로 재조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업무도 누군가에게 이관되었다. 그리고 옮겨갈 프로젝트에서 맡아야 하는 일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하나는 기존에 준비하고 있던 서비스에서 사업 기획팀으로써 한국의 프로덕션과 업무를 조정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한국 쪽의 인수인계가 끝나갈 무렵, 날벼락같은 소식이 들렸다. 같이 일 하게 되는 것을 고대하고 있던 선배가 다른 회사로 옮기기로 했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도 있지만 그와 함께 일하면서 많은 것을 카피하고 싶은 선배였기 때문에 기대감이 있었다. 같이 일 해볼 시간도 없이 바로 그의 업무 일부분을 인수인계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었다.
일본 이주를 준비할 새도 없이 한 달간 주중 내내 출장을 갔다. 2019년 5월 한 달간 월요일 첫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가서, 금요일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을 소화했다. 출장 중 대충 때웠던 식사들로 인해 일본에서 살아보기도 전에 일본음식에 질려버렸고, 체력은 바닥을 향해 갔다.
그리고 이주 준비를 다 마치기도 전에 금세 이사 일정이 다가와버렸다. 부랴부랴 서울 오피스의 짐들을 챙겨 도쿄로 부치고, 여름을 날 옷가지와 몇 권의 책을 챙겨 일단 도쿄로 넘어왔다. 다행히 집을 구하기 전 2달 정도는 회사에서 지원하는 레지던스에서 머물 예정이었다.
출국일은 유난히 맑아, 창문 밖으로 후지산이 보인다고 항공사에서 안내 방송을 해주었다.
두 개의 거대한 트렁크와 면세점에서 산 위스키 한 병을 가지고 도쿄에 도착했다.
무더위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