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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myi Jung Sep 23. 2022

바다에서 몇 살까지 튜브를 껴도 되는걸까?

포지타노 비치클럽 Da Adolfo에서 먹고 마시고 수영하고

고민을 좀 했다. 이걸 사 말아.

손상은 바닷가에서 자고 나라 바다 수영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반면 수영을 배우다 말고, 어른이 돼서야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바다와 가까워진 나는 웨트수트와 산소통없이 뛰어드는 바다가 조금은 두려웠다.


그런데 막상 다 큰 어른이 튜브를 사서 가려니 자존심이 좀 간지러웠달까. 튜브를 쓴 게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도 안 났다. 하지만 끝내주는 아말피 코스트를 즐기러 떠나는 이 여행에서 몸이나 몇 번 담그고 돌아올 수는 없었다. 네이버 쇼핑에서 팔튜브를 검색했다. 약간의 돈으로 부력을 얻어야겠다 생각하며.


며칠 뒤 배송이 왔다. 괜히 주황색으로 골랐나.. 무슨 구명조끼 색깔의 팔튜브가 왔다. 차라리 노란색이 귀여웠을걸. 하지만 컬러를 가지고 교환을 하고 그럴 정신이 없었다. 주황색 비닐 두장은 고이 캐리어에 들어갔고,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러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10일 동안 함께 했던 렌터카를 로마 공항에 반납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포지타노로 이동했다. 첫날은 숙소 체크인을 마치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마신 뒤 짐을 풀었다. 다음날은 Da Adolfo라는 비치 클럽을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원피스 수영복 위에 반바지를 입고, 포지타노 부두로 향했다. 물론 스노클과 팔튜브를 챙기고서.


10시가 좀 지났을 때, 빨간 물고기가 앞에 달린 작은 보트가 왔다. 다양한 사람들과 섞여 배를 탔다. 머리가 길고 깡말랐지만 단단해 보이는 히피 스타일의 아저씨가 뱃머리에 앉았고, 그 옆으로는 잔뜩 신나 보이는 커플이 앉았다.


선장과 스태프는 배에 탄 사람들을 이쪽저쪽 자리로 나눠 앉히며 균형을 맞췄다. 다리가 살짝 불편하지만 든든해 보이는 두 딸과 함께 온 아주머니도 있었고, 인스타그램에서나 볼 법한 멋진 외모와 스타일을 갖춘 사람도 함께 배에 올랐다. 15분여를 포지타노 마을을 배경으로 배를 타고 나와 아말피 해안 한쪽에 자리 잡은 외딴 비치 클럽에 내렸다. 파란색 선베드가 줄줄이 놓여있었고, 그 위로는 빨간 물고기 사인이 우리를 반겼다.


선베드가 놓인 바닷가와 주황색 팔튜브 한 쌍


지정된 선베드에 자리를 잡고 우리는 입수 준비를 했다. 손상이 엄청난 폐활량으로 한국에서부터 고이 모셔온 팔튜브 두 개를 금세 빵빵하게 불어주었다. 약간의 스트레칭을 하고, 주황색 팔튜브를 끼고, 마스크를 쓴 뒤 입수. 생각보다 차가운 바닷물이 더위를 한 번에 가라앉혀주었다.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발 밑에서 인사를 건넸다. 노력하지 않아도, 머리를 들고 둥둥 떠있을 수 있었다. 원한다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물속에 있을 수도 있었다. 팔튜브가 허락한 부력은 꽤나 멋진 바다 경험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오전 내내 수영을 즐기다 출출해질 즈음, 점심식사가 시작되었다. 다 아돌포는 무엇보다도 식사가 유명한 비치 클럽이다. 이곳의 시그니처로 알려진 레몬잎에 싸서 그릴에 구운 모짜렐라와 레몬, 체리 토마토 파스타 그리고 생선 구이를 먹었다. 그러고서도 배가 고파 대파 소스의 스파게티도 추가했다. 그 동네 외딴섬인 이스키아에서 생산한다는 비앙코렐라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도 실컷 마셨다. 식사를 마치고 소화를 위해 다시 바다로 입수.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다 아돌포에서 보낸 시간은 완벽한 휴식이었다. 더워지면 물속에 들어갔다가, 목이 마르면 바에 가서 아페롤 스피리츠를 한 잔 했다가를 반복했다.


이태리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여름이면 내내 바다에서 산다고 한다. 어쩌면 모두가 수영선수인 나라. 팔튜브를 낀 나는 옆에서 한가로이 맨몸으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손상 포함) 조금 부럽기도 했다. 나도 수영을 퍽 잘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바다를 보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손상이 옆에서 신나게 물개처럼 물질을 할 때, 팔튜브 두 짝 덕분에 나도 함께 바닷속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었다. 공통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무척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바다 수영이 두려워 선베드에서 타는 듯한 태양만 즐기다 돌아갔거나, 물장구만 치고 돌아왔던 나날들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다음 바다 여행에는 팔튜브를 챙겨가시기를. 가벼운 데다 부피도 적게 차지하고, 무엇보다도 바다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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