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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myi Jung Nov 30. 2020

겨울을 알리는 신호

편의점에 호빵이 나왔다 = 겨울이 올 것이다

편의점 호빵 기계에 호빵이 별로 없다 = 겨울이다


가로수에서 단풍이 바람에 흔들려 떨어진다. 그걸 보며 아름답다고 느낀다 = 아직 가을이다

몇개 달려있지도 않은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려 떨어진다. 발걸음을 빠르게 옮긴다 = 겨울이다


길거리에 캐롤이 나온다. 올해 처음 듣는 캐롤같다 = 겨울이 올 것이다

어딜가든 캐롤이 나온다. = 이미 한 겨울이다


옷장을 열어보니 이너로 입을만한 반팔 티셔츠가 있다 = 아직 가을이다

옷장을 열어보니 히트텍과 기모후드가 가득하다 = 겨울이다


아침에 일어나 환기를 하며 커피를 내린다 = 아직 가을이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린다 = 겨울이다

(환기는 커피마시고 나서 씻을 때 잠깐...)



요 며칠새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노라 존스를 듣게 되었고, 애플 뮤직에 편리왕 앨범을 다시 저장했다. 계절마다 듣는 노래가 달라지고, 입는 옷이 달라진다. 그렇게 로테이션을 돌기를 수십년. 벌써 서른줄에 한창 들어섰다. 먹는 나이에 비해 그렇게 노련해지지도, 현명해지지도 않는 것 같은데 어째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나이를 이렇게나 먹었는데 여전하다는 건 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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