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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May 22. 2023

관성에 따라 살지 않는 법

나이가 들면 고집이 세진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세월이 흐를수록 변화를 받아들이기 귀찮아한다.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하루의 대부분을 일에 치여 살고,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에너지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에잇 몰라' 하는 마음으로 외면했던 순간들이 겹겹이 쌓이고, 결국에는 마음의 근육을 경화시킨다. 경화될수록 복잡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어렵게 되기에, 바싹 마른 황태처럼 뻣뻣해진 마음은 오히려 나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상태가 지속될수록 나는 내가 누군지조차 잊어버리게 되며, 결국은 내가 아니게 된다.


얼마 살지 않은 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관성에 휩쓸려 살게 됨을 자주 깨닫는다. 나와 타인의 모습에서 ‘아차’하는 순간을 볼 때가 참 많았다. 그 순간은 나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었고, 눈을 질끈 감게 만들었으며, 어떤 때에는 철저히 무시하고 나의 안위만을 걱정하게끔 만들기도 했다. 


고정관념을 깨뜨릴 줄 알며, 합리적이라면 다름을 수용할 줄 아는 사람. 합리적이지 않다면 타인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마땅히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저 관성에 따라 살다가 꽉 막혀 버리거나 너무 무른 사람은 죽어도 되기 싫었다. ‘왜’라고 물으면 ‘원래’ 나 ‘그냥’으로 대답을 일축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고자 했다. (2020/09/08 25살의 메모)


그런데 나는 지금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나. 가장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인 '나'를 아직도 사랑하고 믿고 있는가? 나를 존중하고 나의 의지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혹시 뻣뻣한 마음을 경계하기보다 그것에 의지하고 있지는 않는가. 눈을 감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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