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너는 사랑을 알려주었고

끝내 이별을 알려주었다. 그다음은

by 숨표

윤슬이라는 곡을 듣고 반짝이는 너를 떠올리며 글을 쓴 게 11개월 전이다. 유일의 감정을 알려준 무이의 너, 우리는 이 반짝이는 잔물결 속에서 오래오래 함께이길 바랐다. 예고 없이 찾아온 너의 죽음은 끝내 이별을 알려주었다.


둘째 누나와 막내누나의 삼재가 시작된 탓일까, 평소에 잘 없던 약속을 그날따라 간 탓일까, 매일 던져주던 면봉을 그날 아침엔 안 던져준 탓일까.

너는 너무 여렸고 겁도 많았다. 그냥 바보같이 착했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잘 잤다. 그런 너의 탓은 아니었다. 제일 착한 천사 고양이가 너란 걸 단번에 알아본 하늘의 탓이다. 너는 뭐든지 잘하니까 오래 살 것 같다는 우리의 이야기에 질투해 버린 하늘의 탓이다. 그렇게 하늘은 너를 우리에게서 너무 빨리 데려가버렸다.

가버리기엔 너무 어린, 보내기엔 너무 아린 나이였다.


자그마한 너의 코에 귀를 기울이면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렸다. 연한 회색의 가슴털 사이로 손바닥을 대면 너의 온기와 생명이 느껴졌다. 유일한 너의 존재 안에 머무는 나의 방법이었다. 너를 보고 만지는 것만큼, 너를 듣고 느끼는 것도 나의 큰 행복이었다. 너의 숨결과 온기 속에 맴돌며 비로소 나도 존재함을, 그것도 매우 행복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차원이 다른 사랑과 행복을 가져다줘서 고마워.


또 맛있는 거 사 오라는 독촉연락이겠거니 하고 동생의 전화를 세 번째 끊는 순간, 동생은 네가 죽었다고 했다. 내 창자가 끊어졌다. 펑펑 울며 택시 안에서 빌고 빌었다. 병원에서 마주한 너는 숨결과 온기가 끊긴 채 자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 기도를 들어줄 나의 신은 없었구나. 현실이 믿기지를 않아서 내 숨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 손쓸 수 있는 시간도 없이 너는 그렇게 가버렸다. 너는 우리를 항상 지켜주었는데, 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2017. 10. 25 - 2025. 3. 27

가을의 가장 깊은 언저리, 선선한 바람을 타고 낙엽과 함께 내려온 너는 따스한 봄햇살 속으로 꽃이 되어 날아갔다.

덕봉아, 네가 알려준 많은 것들 속에서 오래오래 너를 기억하고 남겨둘게. 네가 알려준 사랑과 이별 그다음은 그리움과 공허, 눈물이겠지만 너는 치유와 회복, 성장까지 알려줄 거잖아.

너 덕분에 나의 이번 생은 더욱 아름다웠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사랑하는 덕봉아, 매일 마중 나온 것처럼 다시 만날 그때도 나와주라. 꼭 다시 만나자 우리!

그때까지 잘 지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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